아이의 성장을 위한 올바른 격려법
칭찬은 다 좋은 걸까?
한 세대 전만 해도 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칭찬하는 걸 보기란 쉽지 않았다. 자식 자랑하는 사람은 팔불출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한국 부모들은 자식 칭찬에 매우 인색한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에 대한 칭찬이 과도해서 듣기 민망할 적이 많다.
칭찬받아야 할 상황에서는 칭찬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아이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들, 예를 들면 밥을 다 먹었다고 해서, 귀가한 후에 손을 씻었다고 해서, 자기 전에 양치를 했다고 해서 칭찬을 남발하면 아이는 칭찬중독에 걸려서 아주 사소한 일을 하고도 칭찬을 바라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관계를 맺는 시기가 되었을 때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분명히 집에서는 칭찬받았을 행동인데,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을 때 아이의 실망과 낙담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과정이 아닌 결과에 대한 칭찬은 자녀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가 실험을 했다. 5학년들에게 상당히 쉬운 문제를 풀게 한 뒤 돌려주면서 칭찬을 했다. 절반에게는 “넌 참 똑똑하구나!” 절반에게는 “너 참 열심히 했구나!”라고 칭찬했다. 그런 후에 어려운 시험지와 쉬운 시험지 중에서 하나를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능력에 대해 칭찬받은 아이는 대부분 쉬운 문제를 선택했다. 노력에 대해 칭찬받은 아이는 대부분 어려운 문제를 선택했다. 능력에 대해 칭찬받은 아이는 문제를 풀지 못해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쉬운 길을 택하고, 노력에 대해 칭찬받은 아이는 어려운 문제에 겁먹지 않고 도전을 했다.
“너무 멋져, 대단하다.” “정말 잘했어.” “최고야.” “훌륭해.”처럼 결과나 재능에 대한 모호한 칭찬은 아이에게 독이 된다. 깊은 생각이나 고민이 필요 없기에 부모 입장에서는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칭찬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칭찬을 받아도 마음 깊이 기뻐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계속 잘하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눈치를 보게 되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게 된다. 더 심각한 일은 실패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더 이상의 도전과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점이다. 결국 스스로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보다는 부모가 좋아하고 만족할 만한 일을 하려고 한다. 부모의 기대와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아이가 그림을 그렸을 때, “와, 잘 그렸네!” 하지 않고, “색을 끝까지 꼼꼼하게 칠했구나.”, “사람들 표정이 다 다르니까 재미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칭찬을 하면 아이는 자신의 행위를 기억했다가 다시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똑같이 행동을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칭찬은 자신감을 키운다. 아이가 선택한 방법이나 노력, 과정 등을 담백하게, 구체적으로 칭찬하게 되면 아이의 자율성에 도움이 된다. “약속을 잘 지켜주어서 고마워” “어려운 문제인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구나!” “방을 정리하니까 깨끗해졌네!” 아이가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면 미루지 않고 즉시 얘기해 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꼭 안아줘도 좋다.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할 때 마음이 더 잘 전달되기도 한다.
좋은 칭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격려다. 격려는 자녀가 바르게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돕는다. 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아이에게 “정말 똑똑하구나!” 혹은 “열심히 노력했구나!”라고 칭찬하기 전에 먼저 아이의 감정을 물어봐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100점 받아서 기분이 어땠어?”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박수 쳐줘서 기분이 좋았어요.” “공부할 때는 힘들었지만 100점을 맞으니까 행복해요.”라고 말하면, “네가 행복했다니 엄마(아빠)도 정말 기뻐”라고 말한다. 부모가 기쁜 이유가 아이가 100점을 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행복하기 때문임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이런 칭찬을 받은 아이는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렇게 격려하라. “네가 열심히 한 것 다 알아.”
자녀를 수시로 과도하게 칭찬하는 부모에게는 사실 자신이 칭찬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충분하게 칭찬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늘 남아, 늦게라도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아이를 통해 스스로에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경제적, 혹 정서적 결핍이 남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해소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욕망들이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