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폭풍은 이유도 예고도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한 파도가 이는 바다로 되돌아온다.
폭풍을 견디느라 이제 더는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된 처참한 잔해들은 남아 반짝이는 윤슬에 뒤섞여 파도를 타고 떠돌다가 흩어져 버리겠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나는 그저 그것들이 부서져 사라져 가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강이나(EANA) 입니다. 산문시와 에세이를 씁니다. 최근 시집 <계절의 흔적>을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