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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앙다 Jul 09. 2021

질리지 않는 일, 질리지 않는 사람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문학동네

그 사람, 시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곱씹으며 기억할 수 있을까? 어떤 만화에서 사람이 죽는 때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질 때'라던데, 그렇다면 시선은 아직 죽지 않았다. 여전히 살아서, 살아있는 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문학동네


시선 일가의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첫째 남편, 둘째 남편, 첫째 딸, 둘째 딸, 셋째 아들, 배 다른 넷째 딸,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그들이 모여 돌아가신 어머니, 시선을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제사를 지낸다. 그것도 하와이에서. 




책 속 시선은 작가다. 많은 위대한 작가들이 그러하듯, 그녀는 죽었지만 그녀의 글은 여전히 남아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해서일까, 책 속의 책인 그녀의 글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이라는 말에서 위로를 얻는다. 잘하든지 못하든지, 그것은 둘째 치고, 계속 할 수 있을 만큼 이것이 질리지 않는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이미 세상을 떠난 시선은 여전히 세상과 대화하고 있다. 그녀의 가족과 그녀의 글을 읽는 모든 사람과의 대화. 내가 아는 많은 작가들이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죽어서도 독자들과 대화를 한다’라.. 무섭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한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하와이에서 풀어놓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들이 참 아프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역시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는 걸까. 정말 많은 사람들,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질리지가 않는다. 


사람들 중에는 사회적 시선으로는 강자임에도 약하게 살아가는 자들도 있고, 약자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강하게 살아가는 자들도 있다. 강자와 약자는 어떻게 구분될까? 남자와 여자도 아니고, 스승과 제자도 아니고, 원주민과 이방인도 아니다. 누구든지, 어느 쪽이든지 될 수 있다. 나조차도 누군가에겐 강자, 누군가에겐 약자이지 않은가. 


상처받은 그네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세상은 원래 엉망진창이야. 약자를 우습게 보는 약자가 판치고, 때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버리기도 하지. 그 안에서 그대는 이런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나에게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것에 집중하며, 그저 내 삶을 살아가는 것. 나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사랑하며,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삶.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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