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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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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앙다 Aug 01. 2021

콩깍지거나, 사랑이거나

포기가 빠른 성격 탓(?)인지, 산만한 성격 탓(?)인지, 읽다 마는 책이 많다. 3분의 1 정도 읽다가 지루해지면, 덮어두고 다른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또 다른 책을 읽고, 그 다음에는 전에 읽다 만 그 책을 다시 집어들어 읽기도 한다.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일단 맛보고 싶은 책이 많은데, 예전처럼 자주 서점에 가자니 코로나가 걱정되고, 그런 책을 다 사서 보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일을 할 때도 비슷한 편이다. 하나를 끝까지 마무리하고 넘어가기 보다는,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이다. 회사에서 한 가지 일만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남들보다는 조금 더 짧게 끊어서 일하는 편이다. 매일 조금씩, 여러가지 일들의 진도를 나간다.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고쳐보려고 한 적도 있지만,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생긴대로 살기로 했다.


이런 고민을 남편과 나눈 적이 있다. 나를 상당히 과대평가하는 그이는 ‘천재들은 산만한 편이지’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 마는 이 성격도, 나라면, 내 자식이 그랬다면 나는 한 마디 했을 것 같다. 끝까지 인내하면서 좀 읽어보지 그러니? 하지만 나와는 정말 다른 성격인 우리 남편은 ‘너라면 그럴 수 있지. 첫 페이지만 읽어도 내용을 다 이해할텐데, 얼마나 지루하겠어!’라고 말한다. 콩깍지가 아직 벗겨지지 않은 건지…


그래서 늘 책갈피가 모자란다. 중도에 내려놓더라도, 다시 집어들고 보는 책들이 많기 때문에 꼭 무언가를 끼워둔다. 책갈피 대용으로 영수증을 끼워두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어젯밤 남편에게 책갈피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가지고 있는 책갈피 중 가죽으로 된 것이 있는데, 그걸 보니 번뜩 최근에 가죽공예를 시작한 남편에게 만들어달라고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절약은 멀리 있지 않아~!


어젯밤 남편이 만들어 준 가죽 책갈피.


그리하여 간밤에 남편이 뚝딱 만들어 준 가죽 책갈피. 얇고 예뻐서 정말 맘에 든다. 몇 개 더 만들어달라고 해야겠다.


콩깍지인건지, 사랑인건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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