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인플루엔셜
후회는 언제 해도 늦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않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백번 양보해서 후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움은 늘 있다. ‘만약’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 지금보다 더 성공했을까?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이제 삶에서 후회 밖에는 남지 않은 한 사람, 노라 시드는 그 날 밤 죽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정의 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수많은 선택과 그에 따라 달라진 인생들이 책장에 무수히 꽂혀 있다. 책장을 펴면 그녀는 그 선택의 삶으로 들어간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삶에만 정착할 수 있다.
난 어떤 선택을 가장 바꾸고 싶을까?
고등학생 때 음악을 포기하고, 공부하기로 결심했던 거? 수능시험 전 날, 내일 배탈이 날 줄도 모르고 찹쌀떡을 잔뜩 먹었던 거? 취업준비가 그렇게 길어질 줄도 모르고, 졸업 직전에 취직했던 회사에서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기도 전에 퇴사했던 거? 2년 전 신혼집으로, 집값이 너무 비싸다며 매매가 아닌 전세를 선택했던 거?
내가 종종 하는 생각들이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입으로 말한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러나 선택을 바꾼다고 한들, 아쉬움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책 속의 노라 시드처럼, 내가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할 것이고, 나는 분명히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살지 못하는 삶을 아쉬워하기란 쉽다. 다른 적성을 키웠더라면, 다른 제안을 승낙했더라면 하고 바라기는 쉽다. 더 열심히 일할걸, 더 많이 사랑할걸, 재테크를 더 철저히 할걸, 더 인기가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밴드 활동을 계속할걸, 오스트레일리아로 갈걸, 커피 마시자는 제안을 받아들일걸, 망할 요가를 더 많이 할걸.
사귀지 않은 친구들, 하지 않는 일, 결혼하지 않은 배우자, 낳지 않은 자녀를 그리워하는 데는 아무 노력도 필요 없다.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날 보고, 그들이 원하는 온갖 다른 모습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건 어렵지 않다. 후회하고 계속 후회하고 시간이 바닥날 때까지 한도 끝도 없이 후회하기는 쉽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삶이 아니다. 후회 그 자체다. 바로 이 후회가 우리를 쪼글쪼글 시들게 하고,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원수처럼 느껴지게 한다.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391쪽
그래, 후회할 시간에 새로 산 전자피아노나 치자. 열심히 치다보면 또 생각하겠지, 아, 역시 음악은 그만 두길 잘 했어- 라고. 그래, 후회할 시간에 유산균이나 챙겨 먹자. 이 원수같은 장트러블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니까. 그래, 후회할 시간에 책을 한 장 더 읽자. 후회할 시간에 우리 집에 들어오는 햇살을 좀 더 즐기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아빠에게 연락하자. 후회하지 않도록, 여기서 우리 더 사랑하자.
살아있는 한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혹시라도, 지금 너무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살아보지 않고서는 불가능을 논할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