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해지지 않는 시간으로 채워 나가기
휴일은 가족과 함께 하는 날.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들 노는 날에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이나 옷가게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병원이나 소방서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일 하는 사람들, 전철과 버스를 움직이며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사람들 등…
우리 집도 그렇다. 휴일에 일을 하는 남편 덕분에, 나는 주말을 혼자서 보낸다. 대부분은 집에 있고, 가끔 친구들을 만난다. 하지만 햇살 좋은 날이면, 나도 남편 손 잡고 한강 나들이를 나가서 일광욕을 하고 싶다. 코로나 덕분에 어디 나가지 못 하는 현실이 오히려 위로가 될 때도 있다. 남편이 집에 있어도 어차피 못 나갔을테니.
목사인 남편은 평일에는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온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한 주 중 가장 바쁜 요일이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바쁘다. 코로나로 인해 전면 비대면 예배를 드리면서 그는 방송 장비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큰 교회들이야 그런 장비를 다루는 직원을 두기도 하지만, 작은 교회들은 부목사나 전도사님이 그런 잡일(?)들을 모두 한다. 주7일 중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월요일만 새벽예배 후 낮에 쉰다.
코로나로 나는 교회를 안 나가게 되면서 더욱 심심해졌다.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적잖이 늘어난 것 같다. 유튜브는 왜 그렇게 볼 게 많은지.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유퀴즈는 아무리 봐도 아직 못 본 에피소드가 항상 남아있다. 참 신기하다. 그렇게 놀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긴 한다. 감동적인 콘텐츠로 뭉클할 때도 있다. 그래도 여운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
글쓰기가 참 좋다. 허무하지 않은 행위 중 하나다. 한낮에 여유롭게 걷기, 음악 들으며 청소하고 빨래 널기, 찹쌀 꽈배기랑 우유 먹기, 커피나 홍차 내려 마시면서 책 읽기, 이런 것들은 다 하고 나서도 허무하지가 않다. 하고 나면 허무해지는 다른 일들은 손에 쉽게 잡히지만, 끝나면 그대로 증발해버린다. 반대로, 책을 집어들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지만, 읽고 나면 오랜 시간 생각하게 된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게 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혼자서도 잘 놀고 있다. 다행히도 혼자서도 잘 노는 성격이다. 그래도 때론 심심하다. 남편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고, 멀리 계신 부모님을 만나러 가고 싶다. 그렇다고 내가 처한 상황을 불평하면서 앉아 있고 싶지 않을 뿐이다. 받아들이면 그만이니까. 내가 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하고, 감사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야 허무해지지 않더라.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을 살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