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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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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앙다 Oct 22. 2021

혼밥, 혼자서도 맛있게 먹는 법

오늘은 휴가입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는 일이 많아졌다. 집에서 밥을 먹으려면 내가 요리도 해야 하고, 밥 먹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회사 사무실에 출근해 밖에 나가 밥을 사 먹을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릴 때도 있다. 그래도 좋다. 사람 가득한 지하철을 타지 않아서 좋고, 쫓기듯이 밥 먹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그런데 조금 심심하기는 하다. 사무실에 출근해도 혼밥을 종종 하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동료들과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 이런저런 회사 이야기, 투자 이야기, 사람 이야기, 맛집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회사생활의 낙이라는 말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인지 집에서는 종종 영상을 시청하면서 밥을 먹었다. 나랑 좀 놀아주라는 마음이었을까? 그런데 어느 날에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땐 웃느라, 어쩔 땐 우느라, 가끔은 음성 없이 자막만 나오는 영상인지라 그거 읽느라.. 먹는 즐거움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 꺼봤다. 아이패드도 끄고, 스마트폰도 멀찌감치 두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 만든 밥을 먹는 것에 집중했다. 다른 것에 신경을 안 쓰니, 오로지 내 입 안에 있는 음식의 맛과 향만 느껴진다. 음~ 맛있다. 별 거 아니어도, 따듯하고 간이 잘 맞는 음식은 맛있다. 물론 시원한 음식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터인지 스마트폰 속 동영상, 웹툰, 뉴스, 이런 것들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새로운 정보들이 쉼 없이 생겨나고 빠르게 지나간다. 쉽게 소비되고, 쉽게 잊혀진다. 스마트폰의 빠르고 강한 정보에만 익숙해져, 현실의 느린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는 뇌의 상태인 '팝콘 브레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좋은 콘텐츠도 많지만, 그 좋은 것들도 과하면 방해물이 된다. 사람과 있을 땐 사람에게 집중하고, 혼자 있을 땐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밥 먹을 땐 음식에 집중하는 게 좋다. 깊이 생각하는 것, 조용히 집중하는 것, 지루할 만큼 사색하는 것. 낯설고 어색하지만, 한 번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매일 하루 한 번 씩, 도전해봐야겠다.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눈 감고, 귀 닫기. 그리고 내 안에, 내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해보기. 


집에서 혼밥으로 김치비빔국수와 못난이 계란후라이. 요리는 아직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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