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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까 말까

by 김이안


기분이 나빴고 불쾌했던 감정들은 되도록 글로 쓰지 않으려 한다. 쓰는 내내 계속 그 감정과 상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는 다양한 감정들로 채워진다. 나의 경우 불쾌, 짜증, 분노, 수치스러움 같은 감정보다는 감사함, 즐거움, 감동, 환희 같은 감정들을 골라내어 간직하려 한다.



어제 퇴근 전 한 직원의 언행 때문에 무안함을 느꼈던 마음이 오늘 아침까지도 남아 있다. 방금 이 '무안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데 한참이 걸렸다. 살짝 무안했던 게 아니라 조금 화가 날 만큼 무안했다. 쓰고 보니, 그 직원의 태도가 좀 무례했다는 게 적절한 것 같다.



글로 써낸다는 게 이렇다. 그냥 기분이 안 좋았다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표현들을 생각해내고 고민하며 고르게 된다.



종종 어떤 사건 혹은 상황들은 잊어버리려 해도 계속 마음에 잔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쓰면, 그 어슴푸레 남아 있는 기억에 글자를 입혀 화면에 풀어놓으면, 마음에 묻어 있는 잔상이 걸러진 느낌이 있다.



지금도 무안하고 조금 화가 났던 감정을 쓰는 동안에는 가슴이 좀 답답했지만 써놓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생각이 뻗어간다.



모르겠다. 안 써도 괜찮으면 그냥 내비 두고, 계속 찜찜함이 남아있다면 쓰는 과정은 괴롭고 답답하더라도 글로 풀어내 놓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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