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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by 김이안


어제 자기 전 딸아이와 장난을 치다가 아이 손에 눈을 살짝 찔렸다. 조금 과장해서 아픈 척을 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됐다.



딸아이가 꺄르륵 웃는 소리. 요즘 이 소리가 왜 이리 좋은지. 아이는 내가 재채기를 하거나, 놀래키는 장난에 깜짝 놀라거나, 그 밖에 조금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할 때 꺄르륵 웃는다. 그 웃음소리를 좀 더 들으려고 일부러 아이의 웃음 포인트가 되는 리액션을 반복하기도 한다.



밥벌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출근하면서, 일하면서, 자꾸만 이 단어가 머릿속을 맴돈다. 밥벌이는 고되고 고달프다. 그러나 누군가는 생활비를 벌어여만, 가정이라는 이 보금자리가 지켜지고 한 주를, 한 달을 살아갈 수 있지 않나. 딸아이의 웃음소리도 결국엔 기본적인 생계가 유지되어야 들을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에 오늘도 양치를 하고 가방을 챙긴다.



화이팅하자. 오늘 저녁 아이의 환한 얼굴과 마음에 묻는 먼지를 한순간에 털어내버리는 그 웃음소리를 떠올리자. 화이팅, 오늘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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