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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더 잘 쓰고 싶은 마음 내려놓기

by 김이안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도 합격 메일을 확인했을 때의 기쁨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 처음으로 나에게 '작가'라는 호칭이 생겼다. 감격스러웠다.



약 3개월간 블로그에 거의 매일 글을 올렸던 흔적이 브런치 작가 합격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브런치 작가에 두 번째 지원하고 떨어졌을 땐 블로그에 썼던 글이 10개 정도였다. 이때는 글도 3-4일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올렸다.



그런데 '황홀한 글감옥'이라는 글쓰기 단톡방에서 참가비를 내고 1일1글쓰기에 도전하면서 쓰기 마인드가 좀 바뀌었다. 매일 글을 쓰고 인증기간 동안 인증을 해야만 참가비를 돌려받을 수 있었기에 어떻게든 하루가 지나기 전에 글을 써내야 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글을 마무리를 해야 해서 올려야 했고 인증을 해야 했다.



이걸 반복하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힘이 좀 빠졌다고 해야 하나. 일단 써서 인증을 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니 내 글의 퀄리티에 대한 염려에서 좀 자유로워졌다. 어쨌든 몇 문장이라도 썼으니까. 단 몇 문장을 써도 그걸 글로 인정하고 블로그에 올리면 그날 인증은 되는 거라고 하니까 일단 써내는 게 중요했다.



이렇게 마음먹으니 그동안 쓰는 삶과 거리가 멀었던 내가 3개월간 거의 매일 글을 쓰게 됐다. (안 그러면 참가비가 날아가니까) 내가 봐도 신기했다. 이렇게 점점 '쓰기'에 익숙해지고 '쓰는 맛'을 알아가는 시점에 브런치 작가 신청에 합격했으니, 너무나 좋았다. 기뻤다. 감사했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리려니 생각이 '탁' 막힌 것 같고 글쓰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워졌다는 것. 대체 왜 그런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는 나를 그토록 둥둥 날아다니게 했던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작가. 나보고 작가라니. 흐흐흐. 나 이제 브런치 작가야' - 이 '작가'라는 타이틀이 내게 붙여지니 좀 더 잘 써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어느샌가 가득 차 있었다.




처갓집 식구들이 종종 사용하는 말 중에 '주깬다'라는 표현이 있다. 사전에 보면 '지껄인다'라는 의미의 경상도 방언이라고 나오는데, 아이가 한창 옹알이를 할 때 장모님이 하셨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이고 그 얼라가 혼자 막 주깨는데 얼마나 귀엽던동~'



문득, 깨달음이 왔다. '그래, 나도 일단 주깨고 보는 거야..!'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나는 이렇게 스스로 작가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가. 고심해서 쓰면 얼마나 더 잘 쓸 수 있다고 이렇게 부담을 팍팍 갖고 있는 건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 블로그에 '1일1글쓰기'를 할 때처럼 브런치에도 힘 빼고 편안하게 쓰자. 물론 힘을 빼고 싶다고 해서 힘이 빠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주깨자. 죽으로 보이든 밥으로 보이든 일단 써보자. 써놓자. 하루가 지나기 전에 올리자. - 이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또 좀 더 솔직해 얘기해서 나는 브런치에 올린 글들이 언젠가 편집자 눈에 띄어 출간 제의를 받는 꿈도 꾸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결국 지금 당장 글쓰기엔 별 도움 안 되는 '독'이라 생각하고 '꿈깨!'기로 했다.



책을 내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나 강하다면 그냥 독립출판으로 해서 내면 된다. 그러니 편하게 주깨자.




정리하면 이렇다.


# 브런치에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 작가라는 타이틀이 너무 좋으나, 왠지 전보다 눈에 띄게 더 잘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에



# 내가 내린 처방전


1) 힘을 빼자. 경직을 풀자. 내가 뭐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2) 주깨자. 일단 주깨고, 쓰고 보자. 그리고 내가 정한 마감시한 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발행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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