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라는 찬양을 들으며
삶은 고행이지만 여행이기도 하다
딸아이가 할아버지 휴대폰을 가지고 이리저리 만지더니 '은혜'라는 찬양을 틀었다. 아버님 댁 서재에 있다가 가만히, 거실에서 들리는 찬양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아침 해가 뜨고 저녁의 노을
봄의 꽃 향기와 가을의 열매
변하는 계절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 없는 은혜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눈을 감고 바로 건너 소파에서 손녀딸과 나란히 앉아 찬양을 듣는 아버님을 떠올린다. 내일 은퇴 예배를 앞두고 있는 아버님. 오늘과 내일만큼은 이 찬양의 가사가 누구보다도 아버님의 마음에 와닿는, 고백과 같은 가사가 아닐까.
내가 이 땅에 태어나 사는 것
어린 아이 시절과 지금까지
숨을 쉬며 살며 꿈을 꾸는 삶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예상치 못한 고통과 어려움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게 우리 인생이라지만 그 와중에도 감사와 은혜를 볼 수 있을 때, 삶을 고행이 아닌 여행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돌아보면 미소 지어지는 추억이 초코칩처럼 박혀있는 달큰한 여행이었다고.
21.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