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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하고 답답하고 우울해서 쓴다

by 김이안


때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져야 쓰게 된다. 아니 자주 그렇다.



답답함과 우울함에 마음에 압력이 쌓이면 '쓰기'가 분출구가 된다. 긴장과 착잡함이 '쓰기'라는 분출구로 빠져나간다. 어느 정도는.



마음이 너무 심란하고 괴로우면 비공개 글로 있는 감정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모두 토해낸다. 종이 위에 써놓으면 누군가 나중에 이 글을 보지 않을까 염려되지만 블로그나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는 비공개 글은 그런 신경을 안 써도 된다. 그래서 막 쓴다.



예전에 김난도 교수가 글쓰기는 컨트롤C+컨트롤V (복사)가 아니라 컨트롤X+컨트롤V(잘라내서 붙여 넣기)라고 표현한 걸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쓰다 보니 정말 그렇다. 감정들을 화면 위로 옮기고 덮어버리면 마치 나에게서 분리가 된 듯 거리감이 생긴다. 마음이 좀 홀가분해진다.



심란하고 답답한 마음에 키보드를 두드린다. 아이러니다. 돌아보면 출근을 하는 평일에 정해진 시간에 어떻게든 무언가를 쓰고 있다. 휴일에 '쓰기'는 오후나 저녁으로 밀려있는 때가 많다.



아무래도 출근 전 착잡하고 답답한 감정이 차올라 마음에 압력을 높이고 그걸 푸느라 이렇게 아침마다 쓰고 있는 건지도. 확실히 슬픔과 답답함 우울함 착잡함 심란함이 무언가를 쓰게 한다.



"세상이 따듯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면 시를 못 쓰게 되지요. 그건 보통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문학은 슬픔의 축적이지, 즐거움의 축적은 아니거든요."


_ 최승자



최승자 시인의 이 말을 곰곰이 음미하며 목요일의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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