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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아무 생각 안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by 김이안


이른 아침, 잠이 깼다. 카톡을 확인하고 오늘 할 일들을 떠올리다 보니 금세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스톱! 스톱! 일단 멈추자!'



물을 한 잔 마시고 빈 방으로 들어갔다. 앉아서 허리를 쭉 편 뒤 알람을 맞췄다. 딱 15분만,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어 보기로 했다.



김훈의 문장을 되새겼다.


'나무의 중심부는 무위와 적막의 나라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가 수직으로 버틸 수 있게 해 준다. 나무가 수직으로 서지 못하면 죽는다.'



내가 그동안 못 견뎌했던 그 조용하고 적막한, 그래서 때로 무안하기도 하고 오히려 심란하기도 했던 그 시간. 그러나 김훈 작가를 통해 그 시간이 '존재의 뼈대가 되는 시간'으로 이름 붙여지니 기도가 내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만약 기도가 적막과 무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좀 더 부담 없이,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침묵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데. 고요와 적막 속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할수록 오히려 머릿속을 이리저리 부유하고 있는 여러 잡념들을 의식하게 됐다. 아이러니였다.



내 머릿속에 어쩌면 이렇게 많은 생각이 떠다니는지. 어제 차에서 들었던 음악도 떠오르고, 딸아이가 오늘 아침엔 자기를 꼭 일찍 깨워달라고 했던 것도 기억나고, 배가 좀 고프다는 느낌, 멀리서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어딘가로 가는 걸까 라는 생각. 여러 갈래의 잡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딩딩 디리디 딩딩딩~ 딩딩 디리디 딩딩딩~



그 사이 알람이 울렸다. 렵다. 어려워. 겉으로는 깜깜한 방에 홀로 침묵하며 기도하는 모양새였으나 머릿속으로는 온갖 잡념의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나. 아무 생각 안 하고 무위와 적막 속에 있는다는 게 이토록 어려운 것이로구나.



어쩌면, 마음의 상태도 관성이라는 게 있을 터. 계속 뭔가를 떠올리고, 뭔가를 하고 있는 것에 익숙한 상태를 단 몇 분의 시간으로 전혀 다른 상태로 전환한다는 게 좀 무리수일 수도 있겠다 싶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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