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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기도와 타이밍

by 김이안


뭐라고? 아이폰?☆☆☆



아이가 아이폰을 사달라고 했다. 그냥 스마트폰도 아니고 아이폰이었다. 처음 이 말을 했을 때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하나는 아이가 아직 일곱살이라는 것.


둘째는 나와 아내 둘다 아이폰을 쓰지 않는데도 아이가 '아이폰'이라는 특정 스마트폰을 얘기한 것.



나와 아내는 이미 결론을 내렸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스무살이 되면 사주는 걸로. 그래서 아이가 이따금씩 아이폰이 갖고 싶다고 할 때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이 되면 사주겠다고 얘기한다. (그때도 아이폰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지금 아이폰을 사줄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아이가 스마트폰을 쓰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마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와 아내는 영상 매체가 아이의 지적, 정서적 발달에 유익보다 해가 더 많다고 보는 쪽이다.



사람에게 키가 자라는 시기가 보통 20대 초반까지로 정해져 있듯이 감수성이라든지 지적 호기심이나 탐구력이 집중적으로 자라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의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건 아이의 조화로운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보기에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다.



기도와 타이밍


기도하고 노력하지만 당장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어떤 결과가, 어떤 성취가 내게 주어지기엔 아직 내가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덜 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 당연히 유용한 도구다. 이 글도 스마프폰에 키보드를 연결하여 쓰고 있다. 오늘 길을 걸을 때도 스마트폰에 있는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이 쓴 글도 읽고 서로 댓글을 남기며 소통도 한다. 때로 스마트폰으로 영화와 드라마도 본다. 전화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건 물론이다.



스마트폰이 이렇게 여러모로 유용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아이는 이 스마트폰을 잘 활용할 준비가 덜 되었다.



내 기준으로 지금 아이에게 더욱 필요한 건 스마트폰에 있는 여러 컨텐츠보다 아이의 두 손으로 오물조물 무언가를 만들고, 끄적끄적 글씨를 쓰고, 다양한 감촉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어떤 것이, 어떤 상황이, 어떤 결과가 내게 주어지지 않고 있을 때,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은 내가 충분히 그것을 잘 활용하고 누릴 수 있는 때가 아니어서, 아직은 감당할 그릇이 안 되서 내게 주어지지 않는게 아닐까.



아이가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이에게 유익과 기쁨을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게 아빠의 심정이다.



그런데, 타이밍이 중요하다.



무조건 아이가 바라고, 좋아한다고 그때마다 뭔가를 해주진 않는다. 아이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일수록 더 고심하며 아이에게 그것을 언제 줄지 고민한다.



하나님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일수록 언제 내게 그것을 주셔야 가장 적절할지 고민하실 것이다.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조르다가 실망하다가 체념하기를 반복할 게 아니라 과연 내가 어떤 결과를, 업무를, 직책을 충분히 감당하고, 선하고 유용하게 활용할 준비가 과연 되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하는 어떤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아직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내게 맞는 타이밍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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