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부모님이 오셨고 하루 자고 가셨다. 아버지에게 그동안 손녀에게 썼던 손편지를 모은 파일철을 드렸다. 소파에서 아버지가 딸아이와 편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그 모습이 정겨워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이가 넌센스 퀴즈 책을 들고 와서는 할아버지에게 퀴즈를 냈다.
"금은 금인데 가장 비싼 금은?" (지금)
"집은 집인데 아무도 못 고치는 집은?" (고집)
나와 아내는 이미 몇 번을 들어서 조금 질린 이 퀴즈를 아버지는 재미있게 딸아이와 문제를 주고받고 답을 맞힌다.
그동안 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서 그런지 아버지가 아이와 같이 있을 때마다 애틋하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이렇게 간간히 함께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할아버지는 애교가 많은 것 같아"
오늘 아침 식사 중에 아이가 한 말에 다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머니도 인정했다. 아버지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잘 놀아준다고.
돌아보면 내가 어릴 때도 아버지는 머리 먼저 방바닥에 닿게 하기 씨름, 방구석 골프, 미니 족구 등 뭔가 창의적으로 재미있게 놀아주셨다.
아버지가 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미소를 짓고, 웃음을 터트리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시간들의 온기에 나도 덩달아 마음이 따듯해진다.
정겹고, 소중한 시간들. 아버지가 앞으로 더 손녀와의 소소한 추억들을 만들고 간직해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