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이 40여 년의 목회를 마치시고 돌아오는 일요일에 은퇴하신다. 아버님은 오로지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셨다. 서른 살 무렵 안수를 받으셨으니 당신의 청춘과 대부분의 인생을 한 교회와, 그 교회가 있는 시골 마을에 바치신 셈이다.
아버님이 이곳 시골 마을에서 돌보고 가르쳤던 사고뭉치 아이들은 어느덧 결혼을 했고 이제는 그들의 배우자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교회에 온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은퇴 및 이임식을 하시고, 2주 후에는 정말로 그곳을 떠나게 되는 아버님. 어찌 보면 아버님 삶의 전부였던 그곳을 뒤로하고 나오시는 아버님의 마음은 어떠실지 헤아려본다. 1-2년 있었던 직장을 떠날 때도 여러 감정과 생각이 들건만 한 세월을 보냈던 곳을 떠날 때는 오죽할까.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온 어르신들과 청년들, 그들의 자녀들을 보며 생각한다. 이제 떠나시는 아버님 마음이 헛헛하지만은 않으실 거라고. 인생의 열매가 있는 사람의 마지막은 따듯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아버님을 통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