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고민한다. 나는 어떤 책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고민하면 할수록 책을 낸 출간 작가들과 나 사이의 벽이 느껴진다.
그들이 부럽다. 적어도 이들은 자기만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찾은 이들이다. 그리고 그 키워드가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가졌기에 (출판사로부터 검증을 받았기에) 책을 낼 수 있었다.
이게 중요하다. 내가 가진 키워드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나. 마음을 어루만져주거나, 실용적인 팁들을 알려주거나, 알짜배기 정보를 전달하거나, 삶에 대한 자세를 바꾸게 한다거나 - 이런 도움을 과연 줄 수 있나.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책은 팔리게 된다. 그리고 그때서야 책의 저자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출간 작가가 된다.
이슬아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글쓰기는 '나'라는 주어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게 한다고. 그래서 글을 계속 쓰다 보면 '나'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관찰하게 한다고.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그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내가 혹시 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 이렇게 생각과 마음의 테두리를 넓히는 게 글쓰기라는 것. 참으로 일리 있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출간을 목표로 하는 글쓰기가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과 생각의 테두리를 넓혀 다른 사람, 즉 읽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거다 .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각 출판사의 에디터와 편집자들의 역할이 바로 이런 글들, 이런 작가를 골라내는 게 아닐까.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라는 책 제목이 있다. 출간 작가는 그저 책이라는 어떤 물상을 만든 사람에게 붙여지는 타이틀이 아니다. 팔리는 작가가 되어야 진정한 출간 작가다. 팔린다는 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 그렇다. 팔려야 한다. 고로 어떤 주제로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 한다. 그게 곧 팔리는 거다.
출간 작가들이 부럽다. 팔리는 작가들이 부럽다. 자기 삶의 키워드를 가지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자신이 쓴 글의 가치를 인정받아 수익도 얻는다. 얼마나 멋진가.
나에게도 분명 뭐 하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빈약하고 별 색깔 없는 내 삶 같지만 그래도 뭐 하나는 건질 게 있을 거다. 그걸 찾아야 한다. 또 그걸로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어야 한다.
나만의 키워드를 찾고 이걸 타인의 필요와 연결하는 작업. 이 문턱을 넘어설 때, 나도 언젠가는 (조만간이 되길) 출간 작가, 팔리는 작가, 작은 도움을 주는 작가가 되리란 소망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