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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Jan 26. 2021

힘들 때 읽으면 끝판왕인 책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저는 이 책을 읽습니다



다시 이 책을 찾아 꺼냈다. 지금 그만큼 내 정신상태에 위기 경보가 울린다는 뜻. 부조리해도 너무 부조리하다 생각되는 상황에 오래 노출이 되다 보니 마음이 정신을 못 차린다.



어쩌다가 이런 인간을 만나게 되었을까. 살면서 어딜 가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한 두 명은 꼭 있기 마련이라 하지만 정말 이번에는 견디기 힘들었다. 만약 마음을 받쳐주는 기둥들이 있다면 어제는 그 기둥들 상당 수가 붕괴되어 내 내면이 깊은 어둠 속으로 함몰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펼쳤다. 밑줄을 그어놨던 문장들을 읽으며 마음에 소독약을 붓고 연고를 발랐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_ 빅터프랭클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 (19)



'인간 존재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있을 때, 그를 구원해 주는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이다.'(132)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133)



아, 이래서 내 감정 상태를 풀어서 글로 옮겨놓을 때 마음에 어떤 자정 작용과 치유가 일어나나 보다.



빅터 프랭클은 말 그대로 죽음의 수용소, 기약 없는 지옥의 수용소에서 어떻게 버티었을까. 어떻게 하루하루 생존해냈을까.



그는 자신이 겪는 상상을 넘어서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나중에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대학 교단에서 강의를 하는 상상을 하며 견뎠다고 했다. 또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재회를 간절히 꿈꾸기도 하고, 매일 밤 상상 속의 아내를 불러내어 대화도 하면서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좀 더 나아질 거라는. 지금은 죽도록 고통스럽지만 언젠가는 내가 꿈꾸는 그 상황 속에 정말로 내가 있는 그런 상상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내가 꿈꾸는 미래를 그려본다. 그냥 막연하게 이랬으면~ 이 아니다. 지금 너무 힘드니까, 강하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잡아당겨본다. 힘차게. 어서 빨리 이 고통을 밀쳐내고 나에게로 와달라고.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유일한 인간의 잠재력이 최고조에 당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잠재력은 한 개인의 비극을 승리로 만들고, 곤경을 인간적 성취로 바꾸어 놓는다.


시련은 그것의 의미 - 희생의 의미 같은 -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고 할 수 있다. (186)



오늘도 고통스러운 상황을 마주하러 간다. 지금 당장 헤어 나올 수 없는 방법은 없다. 그저 마주하고 감내하는 수밖에. 솔직히 어떤 의미고 나발이고 그냥 증발되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내 삶에 의미가 될 거라고 믿는 수밖에. 그래서 버텨내야 한다. 그런데 정 아니다 싶으면 '사임하겠습니다' 하고 나오면 된다. 해도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때면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게 건강한 생각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지금 내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러니까. 버텨보자. 그리고 내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그 모습을 꿈꾸어보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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