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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Oct 17. 2022

인생은 아름다워, 삶이 눈물겹게 아름다워서


솔직히 처음에 염정아 '조조할인'을 부르기 시작했을 땐 닭살이 돋고 영 어색했다. 디즈니 영화처럼 씬 중간에 갑자기 노래가 나오는 게 내겐 아직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쥬크박스 뮤지컬 영화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적응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웬걸. 이후 노래가 나올 때마다 눈물이 글썽였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이 마스크를 적셨다. 재밌게 보다가도 유독 배우들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왜 그랬을까?


삶에 대한 아름다움과 경탄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오세연(염정아)의 죽음이 점점 다가올 때마다, 죽음을 앞두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과거의 애틋한 추억을 회상하고,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할 때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이라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인지가 가슴 저리게 느껴져서 그랬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눈물이 유독 많이 흘렀던 씬은 자녀들이 엄마인 세연의 암 소식을 확인했을 때 나왔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을 알아서 더 몰입이 되었을 터.


이적은 1960년대 70년대 한참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아이가 원하던 놀이공원을 데리고 갔다가 잠깐만 갔다 오겠다며 사라진 부모를 기다리던, 그렇게 버려진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느낌으로 이 곡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노래의 가사가 죽음을 앞둔 엄마 세연과 그걸 알게 된 자녀들의 상황과 꼭 맞아 떨어졌기에 유독 감정이입이 더 되었던 것 같다.




극 중 세연은 말한다. 죽기 전에, '사랑받고 있'을 느끼고 싶다고. 어쩌면 내가 살아있음을 가장 충만하게 느낄 때는 바로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가 아닐까. 또는 누군가를 마음 깊이 사랑할 때 우리는 역설적으로 나의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낀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느끼는 애타는 마음과 슬픔, 상처, 고통 역시 그 근원은 사랑에 있기에 우리를 아프게 하면서도  삶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는 건 아닐까.


덕분에 행복하게 잘 살다 갑니다
_ 세연



덕분에 웃다가 울다가, 모처럼 충만함을 느끼며 본 영화였다.   암에 걸리면 그래도 감사한 것 중 하나는 죽음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거라고 한다. 혹시 나도 암에 걸린다면 극 중 세연처럼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저렇게 인사하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덕분에 고마웠다고. 덕분에 행복하게 잘 살다 간다고.  



사진 : 인생은 아름다워 공식 스틸컷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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