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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Sep 16. 2022

단번에 인생 소설 등극, <불편한 편의점>

따듯하다 따듯해 / 이래서 다들 불편한 편의점 그러는구나.



만약 소설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소설에 도전하게 된다면,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YES24나 교보문고나 알라딘의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하도 1위 1위 하길래 결국 이번 추석 연휴 때 읽게 된 '불편한 편의점'.


책 띠지에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라는 독자 리뷰의 문구를 커다랗게 박아놓았길래 속으로 참 어그로 끈다 - 라 생각했건만, 읽고 난 뒤 내 마음이 그렇다. 어느 정도 책 읽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에게 진짜로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니,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거의 읽었겠지)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 인생 소설을 꼽으라면 양귀자의  <모순>, 김훈의 <칼의 노래> 정도를 들 수 있는데, <불편한 편의점>도 이번에 단박에 추가됐다.



김호연 작가에 대해


사실 '불편한 편의점'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전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나 <연적>, <고스트 라이더스>도 다 처음 들어보는 작품이었다.


첫 직장인 영화사에서 공동 작업한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면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두 번째 직장인 출판사에서 만화 기획자와 소설 편집자로 일하다가 전업작가로 나섰다고.


알라딘의 저자 소개를 보면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를 실천하던 중' 장편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가 2013년 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김호연 작가의 다른 글들이 궁금해졌다. 일단 <불편한 편의점 2>는 차후에 읽을 생각이고, 먼저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라는 책을 주문했다. 이 책을 읽으면 김호연 작가가 <불편한 편의점>을 쓰기 전까지 어떤 여정을 밟아 왔는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오늘 책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불편한 편의점> 소감 정리


1) 잘 읽힌다. 술술 읽힌다.


이런 게 작가의 내공이 쌓인 필력인 걸까. 뭐하나 군더더기 없이 문장이 깔끔하고 술술 잘 읽힌다. 얼마 전부터 <불편한 편의점> 책 전체 타이핑 필사를 시작해서 매일 조금씩 시간이 될 때마다 하고 있는데, 타이핑할 때마다 문장과 흐름이 깔끔하단 생각이 든다. (얼른 데뷔작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어봐야지)



2)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사람들의 얘기라 몰입이 잘된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다 내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캐릭터들이라 그런지 정감이 가고 몰입이 잘 된다. 그래서 재미도 감동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듯.



3) 따듯하다.


각 챕터 챕터를 읽다 보면 '아, 참 따듯하다'란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다가 잠시 접고 품에 안고 있으면 왠지 핫팩처럼 온기를 낼 것 같달까. 읽어보면 안다. 이 따스한 따듯한 느낌.



책속밑줄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243)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252)



‘사장이 직원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직원도 손님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요식업으로 일가를 이룬 부모님 아래서 자란 시현이 귀가 따갑게 들은 말이다. 가게도 결국 사람 장사다. 손님을 귀하게 대하지 않는 가게와 직원을 귀하게 대하지 않는 사장은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망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파동 이 편의점은 적어도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53)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14)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불쑥 튀어나온 말에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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