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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없고 시간도 없지만 그래도 질러버렸다.

아이와 처음 국대 축구경기 관람을 위해

by 김이안


상암 월드컵 경기장 _ 사진 : 서울시 홈페이지


때론 과감히 질러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특히 여행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는 게 여행 아닌가. 그렇기에 여행을 위해선 때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9월 27일 화요일, 대한민국과 카메룬의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예매했다. 일단 예매했다. 물론 여러모로 무리수가 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일단 예매를 해야 그때부터 여행이 시작되기에, 과감히 질러버렸다.



일단 티켓값으로 아이와 나, 62,000원이 들었다. 여기에 KTX 대전 - 서울 왕복 티켓비로 66,000원이 추가로 들었다. 교통비가 뼈아프다. 이 교통비 비용을 생각하니 지난 5월 대전에서 모처럼 대한민국 국대 경기가 열렸을 때 무조건 봤어야 했다는 덧없는 후회가 밀려온다. 대전에서 대한민국 국대의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는데.



다음부턴 무조건, 무조건이다. 대한민국 국대 경기가 대전에서 열린다면 이 6만원의 교통비를 기억하며 무조건 보러 리라 뒤늦은 다짐과 결심을 해본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_ 사진 : 서울시 홈페이지



경기 당일 시간이 빠듯하다. 퇴근하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대전역으로 간다. 주차를 하고 바로 KTX 탑승. 서울역에 7시 20분쯤 도착하면 바로 지하철로 월드컵경기장까지 이동한다.



원래 축구경기가 있으면 공항에 갈 때처럼 넉넉히 2시간 전에는 가야한다. 경기장의 널찍하고 시원한 뷰를 즐기며 들뜬 분위기를 만끽하며 킥오프를 기다리는 게 축구 관람의 예의이자 정도다. 그러나 어쩌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가야 하는 입장인걸. 그렇다고 반차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맘 같아선 이날 연차라도 쓰고 싶다만 연차란 게 없는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생각하면 할수록 슬퍼지는 상상은 그만 두자.



어쨌든 핵심은 아이와 처음으로 대한민국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티켓을 예매했고, 미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것!



바라기는, (좀 되도 않는 바람일 순 있으나) 내가 처음 월드컵 경기장에 가서 축구 경기를 보고 건축가가 되겠다고 결심하여,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내내 꽤나 열심히 공부했던 것처럼 아이에게도 그런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 - 고 합리화해본다.



지금 내 상황은 돈도 없고 시간도 별로 없는 어찌 보면 워스트 오브 워스트의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다양한 경험치를 위해 질러본다.(물론 나의 축구 사랑이 더 크지만)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루지만, 확신한다. 아이에게나 나에게나 두고두고 회자될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리라는 것을.



원래 여행은 힘들고 고될수록 더 기억에 남는 법. 이날 축구경기가 끝나고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대전역에 오면 자정이다.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즈음이 될 터. 참 하드하고 빡빡한 여행이 아닐 수 없으나 고생한만큼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지 않겠나.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매한 시점부터 여행은 시작된다고 하더니만, 그 말이 맞다. 오늘 입장권과 비싼 KTX 티켓을 예매함으로 아이와 나의 축구 여행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때론 과감해져야 여행을 할 수 있는 법. 돈도 시간도 부족하다. 그렇지만 오늘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6일간 마음에 올 설렘이 이 여행의 뽕을 미리 꽤나 뽑아 것이다.



좌석 배치도만 봐도 설레는구나ㅋ


※ 오늘부터 경기 시작 전 6일 4시간 55분 57초 동안 계속해서 마음에 들어올 기대 한 바가지, 설렘 두 바가지가 충분히 여행 값을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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