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때 훌쩍 또 자라난 조카들을 보고 놀랐다. 어른들은 거의 그대로지만 볼 때마다 훌쩍 커 있는 아이들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연휴 중 처가에 있을 때는 마침 한 권사님 부부와 자녀들이 아버님께 명절 인사를 드리러 찾아왔다. 작년까지 아버님이 목회하셨던 교회의 권사님 가정이었다. 이때 같이 온 아이들은 내가 기억하던 그 아이들이 아니었다. 9년 전 , 아버님 교회에서 처음 봤을 때 이 아이들은 중학생이었건만 이제는 이십 대에 대학교도 졸업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큰 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나는 그대로인데 아이들은 뭔가 자라고 성장한 느낌. 일단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부터, 키가 자라 있고, 얼굴이나 전체적인 스타일도 확연히 달라져 있는데, 나는? 거의 그대로다. 아이들이 이렇게 뭔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동안 나는 뭔가 멈춰버린 느낌, 나이만 더 먹은 그저 그런 어른으로 남아 있는 느낌이 나를 씁쓸하게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그냥 멈춰있고 도태되어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9년간 아마도 백 권이 넘는 책을 읽었을테고, 3년 전부터는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독서노트를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풀어쓰는 연습을 했고, 2년 전부터는 브런치에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처럼 겉모습이 눈에 띄게 자라나고 달라지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책과 글을 통해 내면의 모습은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그래, 나도 나이만 먹고 변한 게 없는 건 아닌거다.
이런 의미에서 블로그에 올린 글의 좋아요와 댓글수, 조회수, 브런치의 구독자 수 등이 중요해진다. 이런 수치는 적어도 내가 그동안 뭔가를 해왔다는 지표가 되니까 말이다.
앞으로 또 몰라보게 자랄 아이들과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을 아이들을 보며 씁쓸함을 덜 느끼려면 꾸준히 글을 쓰고 올려야 한다. 그렇게 쌓인 글들이, 그 글들을 통해 받은 좋아요와 조회수와 구독자수가 나도 계속 성장하고 생각이 자라왔다는 흔적이 되겠지.
말이 나온 김에 겉으로 보이는 스타일의 변화도 시도해봐야겠다. 오랫동안 안 했던 파마를 다시 해보는 거다. 컬을 세게 해서. 한 번도 안 해봤던 염색도 이 기회에 같이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