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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도

by 김이안


잠깐 눈 좀 붙이려고 초저녁에 누웠는데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이로 인해 이번 달 매일 글쓰기 인증이 또 날아가버렸지만 모처럼 깊고 긴 잠을 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새벽 4시 즈음 잠이 깼지만 누워있는 채로 기도 아닌 기도를 했다. 하루하루 분주하게 지냈던 나를 되돌아본다. 틈틈이 책을 읽고 퇴근 후 글을 쓰고, 화, 목에는 PT를 받고, 아이의 등하교를 도와주고, 식사를 준비하고...


기독교에서는 하루 중 분주한 일상 가운데에서 홀로 조용히 하나님을 찾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그 시간을 따로 만든다는 게 참 쉽지 않다.


유일하게 하루 쉬는 날도 미리 정한 스케줄에 따라 열심히 보낸다.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고, 평일에 못한 업무들을 처리하고. 그렇게 쉬는 날 하루도 언뜻 보면 홀로 고독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분주하다. 조용히 하나님을 마음의 중심에 두고, 기도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어제 그렇게 초저녁부터 잠들게 하시고 지금의 이런 새벽 미명의 시간을 주신 걸까?


조용히 기도를 드려본다. 어제 감사했던 일들을 떠올리고, 2주 후 결혼한다는 전 직장 동료를 떠올리며 축복을 담아 기도하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께서 올해 초 겪었던 말도 안 되는 일로 인한 나의 상처와 쓰라림을 모두 아신다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침묵하고 계시지만 다 알고 계신다고. 그래서 더욱 내 속 깊은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여전히 침묵하시지만 내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 오랜만에, 새벽 미명에, 모든 할 일로부터 자유로운 이 시간에 하나님을 찾고 조용히 마음을 털어놓는 나. 감사를 드리고,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한다. 마음이 평안하다. 나를 존재하게 하시고 지금까지 인도해주신 그분께 마음을 담아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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