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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경기장은 웅장한 예술작품!

5년 만에 다시 찾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 리뷰 (대한민국 vs 카메룬)

by 김이안


결국 다녀왔다. 불가능할 것 같은 여행이었지만 기어코 다녀왔다. 어제 대한민국 vs 카메룬이 열렸던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말이다.


일단 축구 티켓을 예매하고 KTX를 예매하긴 했는데도 과연 가능할까?라는 물음이 들었다. 상당히 타이트한 일정 때문이었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바로 아이를 픽업해 대전역까지 가서 KTX를 탄다. 이게 제일 염려되는 부분이었다. 18시 07분 기차였기에 막히는 퇴근길을 뚫고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모든 게 딱딱 맞아떨어져야 했다. 그런데 결국 성공했다. KTX에 타고 나서야 이제 진짜 상암 경기장에 간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났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


9.27 대한민국 vs 카메룬 _ 상암 월드컵 경기장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과 그 분위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조셉 캠벨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거대하고 웅장한 축구 경기장 안에서 가득 메운 관중과 함께 나의 팀을 응원할 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 살아있음에 대한 느낌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무리수를 둬서라도 일단 예매를 했던 것.


상암벌에 가득 찬 관중과 이 분위기를 다시 느낀 건 5년 만이었다. 5년 전 이때,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으로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다. 그때 같이 신나게 응원하며 축구 경기를 같이 봤던 직장 동료들이 생각났다. 그때 참 재밌게 봤는데.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09년 3월, 남아공 월드컵 출정식 때 대한민국 vs 코트디부아르의 축구 경기를 상암에서 본 추억도 생각났다. 그때는 레드존에서 애국가에 맞춰서 대형 태극기를 머리 위로 올렸던 기억이 있다. 이때 같이 왔던 기숙사 형들과 동생들, 지금 잘 살고 있으려나. 이 경기를 어디선가 또 보고 있으려나.


축구경기장은 이렇게 특정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기억하게 해준다. 오늘 5년 만에 다시 딸아이와 이곳 상암벌을 찾음으로 이 월드컵경기장에서의 소중한 추억은 하나 더 늘어났다.



카메룬전, 경기 내용은 답답해

9.27 대한민국 vs 카메룬

솔직히 이번 9월 A매치 2연전을 두고 실효성 없는 평가전이라는 소리가 많다. 아예 강팀을 상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루과이나 포르투갈, 가나와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하는 팀과 매치를 벌인 것도 아니고.


경기 중 압권은 벤투가 후반 끝까지 이강인을 투입하지 않자 관중석에서 거대한 목소리로 '이강인! 이강인! 이강인!'이 울려 퍼진 거였다. 나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벤투 감독 본인이 원하는 전술이 있다 해도 어떻게 이강인을 이 두 번의 평가전 동안 한 번도 투입하지 않을 수 있는지.


솔직히 이번 경기를 보고 나서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꺾였다. 응원은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를 만나 탈탈 털릴 것 같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수비가 탄탄한 것도 아니고, 공격이 아예 속공으로 원활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물론 전문가도 아닌 내 어줍잖은 식견에 축구 전술과 선수 투입을 함부로 얘기할 건 아니지만 벤투의 고집스러운 축구 철학에 답답함을 느낀다. 경기 내용도 그렇고. 시원한 게 없다.



아름다웠던 상암 월드컵 경기장

내게 있어 축구경기장 방문은 거대한 예술작품 관람과 같다. 확실히 상암 구장은 국내 최대 규모여서 그런지 웅장한 맛이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밝은 회색 톤의 건물 색과 조명이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이번에 보니 상암 경기장의 지붕 밑 조명이 분위기에 따라 색깔에 변화를 준다는 게 신기했다. 경기 전에는 위와 같이 아쿠아 푸른빛을 쏘아 주더니 경기가 시작하니 붉은 톤으로 바뀌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더욱 다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새벽 1시에 집 도착, 다음날 후유증이 있지만


지금도 피곤하다. 집에 도착해서 1시 반이 돼서야 잠들었으니. 그런데 어제 서울역에서 보니까 나처럼 밤에 다시 KTX를 타고 대전을 향하는 대표팀 레플리카를 입은 무리들이 꽤나 있었다. 그래도 원래 여행에는 이 정도 피로는 감수해야 하는 법. 무리수가 있는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모든 게 딱딱 맞아떨어져서 늦지 않게 KTX를 타고, 또 킥오프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으며, 저녁도 훌륭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 상암 경기장도 찍었으니, 다음엔 어느 경기장을 가볼까. 더 찬바람이 불기 전에 다음에 투어 할 경기장을 골라봐야겠다. 로운 추억을 또 하나 추가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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