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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Oct 25. 2022

책을 읽는 나는 자유로운 영혼


'어제는 책을 읽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은
글귀를 발견했다.'

_ 박준


책을 읽다가 마음을 깊이 파고드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온종일 그 문장을 곱씹으며 단물을 쪽쪽 빼내어 본다. 때로는 책 속에서 만난 어느 문장 하나가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해 책을 읽는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또는 내가 동경하는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응원과 동기부여가 되는 문장을 찾아 밑줄을 긋는다.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봄날의 햇살 같은 문장과 스토리를 발견하기 위해서도 책을 읽는다.


또한 책은,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깨달음의 말을 만나기 위해서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속으로 '아하!'를 외치게 하는 부분을 만날 때가 있다. '아하! 포인트' 이런 '아하 포인트'를 만날 때마다 내 생각과 마음의 시야가 좀 더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건, 사람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책 속에서 얻은 팁을 가지고 새로운 각도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 나는 주도적이다. 내가 밑줄 긋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잠시 덮고 생각을 하거나 딴짓을 하는 것도 내 맘이다.  이 책을 읽다가 다른 책을 펼치고, 또 다른 책을 펼치는 것도 내 맘이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고, 그 속에 담긴 내용들은 무궁무진하다. 책을 통해 나는 이 무궁무진한 세계 속으로 내 맘대로, 자유롭게 여행하는 여행자가 된다.


무엇보다, 책은 재미다. 재미는 재미인데 소소하고 은은하면서 깊고 진한 재미랄까. 글을 쓸 때 일종의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것처럼 책도 나를 전혀 다른 공간에 빠져들게 한다. 그 공간 속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 어떤 문장, 어떤 깨달음에 몰입해서 재미를 느낀다.


남미의 작가 보르헤스는 "천국은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곳이 곧 천국이다. 특히 분위기 좋은 카페에 읽거나, 햇살이 맑은 날 어느 한적한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누워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행복이 다른 데 없다.


내가 꿈꾸는 가족의 모습도 이렇다.


우리 집에서는 읽기가 주요 그룹 활동이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우리는 각자 책을 들고 은신처에 몸을 파묻었다. 그것은 두 가지 면에서 최고였다. 가족이라는 동물적인 온기를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머릿속으로 모험의 나라를 돌아다닐 수 있었으니까.

수잔 케인, <콰이어트> 410p


책 속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여행자가 될 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오늘도 책 속에서  반짝이는 문장에 밑줄을 긋기 위해 연필을 집어 든다. 늘은 어떤  재미와 깨달음과 아름다움을 발견할까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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