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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Nov 17. 2022

세 번의 수능,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수능을 세 번 봤다. 모원하결과를 얻지 했다.


첫 번째 수능을 보고 원하던 대학 진학에 실패했을 때. 내가 꿈꾸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버린 것 같았다. 의고사 평균에 못 미치는 점수가 나와 억울 마음이 들었다.


첫 번째 수능의 결과가 아쉬워 두 번째 수능을 준비했다. 결과는 또다시 불합격. 씁쓸하기는 했으나 결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7년 후, 학교 행정실에서 잠깐 일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 수능을 준비했다. 교대에 입학해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 수능이었기에 그래도 전보다는 긴장이 덜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1교시 국어영역의 극악 난이도에 멘탈은 사정없이 흔들렸고, 조급함과 당황스러움에 대여섯 문제 대충 읽고 찍어버렸다. 그렇게 세 번째 수능도 실패했다. 대 진학도, 교사도 그렇게 물 건너갔다.


한 때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이 걸려 있다고 생각했던 수능. 그 수능에서 세 번 두 실패를 경험한 나.


그렇지만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다. 내가 원하던 대학교에 가지 못했고, 내가 원하던 직업을 가지진 못 했지만, 생각지 못한 경험과 기회들을 잡으며 생각지 않았던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


이제 곧 있으면 시험을 마치고 오는 수험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수능은 인생의 참 작은 부분이라고. 물론 몇 년을 공부한 끝에 이제 막 시험을 보고 나온 이들에게는 이 말이 잘 안 와닿을 거다.


그렇지만 뻔한 얘기고 식상한 얘기이더라도, 수능 말고도 다양한 기회와 소중한 경험들이 무수히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최선을 다해 기울인 노력이 꼭 내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렇기에 시험 결과로 인해 너무 깊이 절망하고 자책하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가채점 결과를 떠나 수고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쉴 수 있기를.


이후 대입까지 이어지는 과정 가운데 설령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기울인 노력이 코 헛된 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분명 생각지 못한 기회와 맞물리고, 경험과 부딪혀 언젠간 빛을 발할테니 말이다.






저는 세 번의 수능을, 제 친구는 여섯 번의 수능을 망쳤지만, 삼십 대가 된 지금 잘 살아가고 있답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너무 고생했고,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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