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났다. 벼랑 끝 시험이었지만 다행히 합격했다. 다시 긴 인턴과정이 시작되었다. 합격 후엔 그동안 못 썼던 이런저런 글들을 더 의욕적으로 쓸 줄 알았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블로그에 비밀글로 내 감정들을 쏟아 놓는 것 외에는 다른 오픈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일정상 분명 바쁘고 정신없긴 했다. 시험 후 큰 행사들이 있었고 전임자가 나간 뒤 인수인계 받은 사항들을 내가 직접 감당하다 보니 심적 부담이 컸다. 여러 가지 새롭게 바뀐 사항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몸에도 피로감이 지속됐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였을까. 휴일이 되어 잠깐의 틈이 생겨도 그동안 썼던 단상이든, 책 속 문장이나 영화에 대한 짤막한 리뷰든 어떤 글도 써서 올릴 수 없었다. 마음이 뭔가 모르게 짓눌려 있고, 동시에 허탈하고, 우울하고, 막막했다. 이런 감정들을 차마 오픈할 수 없어 비공개로 혼자만의 일기를 계속 썼다. 물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벼워지긴 했지만 나만 보는 비밀글만 쓰다 보니 계속 내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어떤 글이라도 써서 공개함으로 누군가의 '좋아요'를 조금이나마 받고 싶은 것일까. 내 감정과 상태에 대한 지지를 받고 싶은 것일까. 남들이 보기에 '이런 글을 왜 브런치에 올리지?'라는 시선이 두렵더라도 뭔가 오픈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속에서 계속 꿈틀거렸다.
그래서 다시 써보려 한다. 비밀글만 쓰면 내 속에 갇혀 그냥 그 자리에서 공회전하는 것만 같기에. 아무래도 괜찮다는 뻔뻔함과 용기를 가지고, 다시 써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