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안 Mar 12. 2023

어쩌면 우리는 날마다 용서를 주고받는지도 모른다


다른 이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기엔

죄가 많은 자신임을 모르지 않으면서

진정 용서하는 일은 왜 이리 힘든지


 _ 이해인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마상'. 마음의 상처의 은어적인 줄임말인데 이런 말까지 나온 걸 보면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상처가 난다는 표현이 이제는 숙하게 쓰이는 것 같다.



살아 있는 한, 그리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한, 마음의 상처는 피할 수 없다. 생채기 같은 작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고 잊혀진다. 그러나 존재를 뒤흔드는 것 같은 깊숙한 마음의 내상은 좀처럼 아물지 않고 오랜 시간 나를 괴롭힌다.



누군가로 인해 난 마음에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용서까지 이르는 길은 멀다. 결국 용서하는 게 마음이 치유되고 자유로워지는 궁극적인 방법이라 할지라도, 미움과 증오, 분노의 시간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마음의 상처는 '화상'과 제일 비슷하지 않나 싶다. 화상의 정도가 심할수록 피부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진물이 나오고, 상흔이 남기 때문이다.



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이 성경에 있다. 또한 죄인인 우리가 큰 은혜를 입고 용서받았기에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고 전한다.

 


상처의 정도와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용서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라도 단순히 잊는 게 아니라 용서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움과 분노와 자책에 내 존재가 잠식되어 버리기에.



우리 말과 행동은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낼 수밖에 없기에, 어쩌면 우리는 날마다 용서 받고 또 용서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이 평온하려면 좋은 체력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