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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Mar 15. 2023

하루 중 얼마간을 쓰는 시간으로 할애하면


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

_ 김연수



도무지 잠깐이라도 한숨 돌릴 틈 없었던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늦은 시각 책상에 앉는다. 몸, 마음, 생각 모두 고단하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잠들어 버리기엔 허전하고 아쉽다. 바쁘게, 열심히 살았으나 마음 저편 느껴지는 공허함이 빈 화면을 마주하게 하고 키보드에 손을 올리게 한다.



하루가 약간은 고귀해진 느낌 그렇다. 그래서 졸린 눈을 부여잡고 생각과 감정이 단어와 문장으로 나타나는 과정에 몰입한다. '가뜩이나 피곤한데 내일을 위해 잠이라도 좀 더 자두지 이게 대체 무슨 쓸데없는 짓인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한 두 방울의 고귀해진 느낌이 활력을 준다. '존재가 살아있는'듯한 생동감을 잠시나마 느끼게 한다. 이 중독 있는 묘한 맛에 누군가도 늦은 시간, 무용해 보이는 씨름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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