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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Apr 23. 2023

아빠는 왜 글쓰기가 좋아?


글을 쓰고 나면 일단 후련해. 쓰고 난 뒤에 성취감이 있지. 성취감이란 건 뿌듯한 느낌이야. 스스로 뭔가를 잘했다는 느낌.



때로는 다 쓰고도 좀 못 미더운 느낌이 있어. 그래도 일단 글을 쓰고 올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좋아요 하트 스티커를 눌러주거든? 그게 좋아. 아빠의 생각, 감정, 고민, 느낀 점들을 누군가 읽고 공감해주는 게 마음에 힘을 줘.



글을 쓰는 건 레고를 만드는 것과 비슷해. 하나하나 조립하고 생각대로 레고 조각들을 붙여 가다 보면 무언가가 만들어지지. 글쓰기도 그래. 단어랑 문장들을 고민하며 하나하나 붙여가다 보면 어느덧 눈앞에 글자들로 이루어진 직사각형 덩어리들이 생겨. 글자로 뭔가를 만들어 낸 거지. 사람은 뭔가를 만들어낼 때 재미를 느낀대. 레고처럼 글쓰기도 글자로 새로운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재밌나 봐.



글쓰기는 또 '몰입'하게 해줘. 몰입은 어떤 것에 깊이 빠져든 상태래. 글을 쓸 때는 아빠 머릿속에 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글자의 옷을 입고 화면으로 나타나. 그런데 그 생각에 꼭 맞는 글자와 표현을 고민하다 보면 생각이 좀 더 분명하게 정리되기도 하고 어렴풋한 생각이 정리된 글로 나타나면 약간의 짜릿함이 있어. 몰입을 하고 나면 역시 마음에 에너지가 생긴달까. 알 수 없는 호랑이 기운 같은 힘이 아빠 안에서 느껴져.  



너도 알다시피 아빠는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야. 말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지. 하지만 글쓰기를 할 땐 글로 된 말이 많이 나와. 사람에게 직접 이런저런 이야기를 말하는 것보다 글로 풀어내서 말하는 게 좀 더 편안하달까? 거기에 좋아요 하트가 달리면 누군가 잠잠히 아빠 얘기를 묵묵히 들어준 것 같아.



이러고 보니 아빠의 글쓰기에  좋아요 하트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네. 물론 좋아요 하트가 많이 달릴수록 기분은 좋아. 더 많은 사람이 아빠 생각에 공감해 주는 느낌이니까. 그런데 때로는 좋아요 하트의 수와 상관없이 (물론 아무런 하트도 없으면 기분이 또 그렇겠지만) 그냥 아빠 생각 감정을 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후련해.



어디선가 들은 얘긴데 사람은 몸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고 순환이 잘 돼야 건강한 거래.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똥이 잘 나와야 하잖아. 우리 몸에 운동이 필요한 것도 운동이 우리 몸의 순환이 잘 되게 해서 그렇대. 운동을 해서 땀이 나면 몸 안에 있던 나쁜 것들이 밖으로 나가고, 몸이 좀 더 활발하게 순환을 하는 거지. 생각도 그렇대. 책을 읽거나 뭔가 좋은 걸 보고 인풋(들어오는 거)이 있으면 아웃풋(나가는 거 = 글쓰기)로 생각을 배출해줘야 순환이 일어나서 좋은 거래.



또 뭐가 있을까? 글을 쓰면, 특히 걱정거리 고민거리 같은 걸 글로 쓰면 그 걱정이 눈앞의 글자로 좀 옮겨가더라고. 그래서 마음이 살짝 가벼워져. 아빠의 고민과 걱정,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한 글을 올렸을 때 누군가가 또 좋아요 하트 스티커를 눌러준다? 그러면 또 위로를 받지. (역시 좋아요 하트 스티커가 글쓰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미련을 버리게 해 줘. 아빠는 중학생 때 독서 수행평가 과제를 할 때 그 시간에 제출해야 할 걸 제출 안 한 적이 있었어. 아빠 마음에 안 들었거든. 조금 더 시간을 들이면 더 잘한 걸 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어. 그런데 한 학기 끝나고 보니까 점수가 엉망인 거야. 당연한 게 제 때 제출을 안 했으니까. 글쓰기는 적당히 하고 끝내자는 생각을 갖게 해. 완벽에 미련과 집착을 버리게 하는 거지. 그래서 글쓰기가 좋은 이유가 이외에도 더 있는데 아빠의 대답도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이 글도 쓰고 나니 후련하네. 아빠 생각에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는 마음도 있고. 좋아하는 걸 왜 좋아하는지 생각하면서 써보니까 더 좋아지네. 이런 것들이 아빠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야. 때로는 글쓰기를 하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다 싶다가도 어쨌든 쓰고 나면 그 후련함과 성취감, 누군가의 공감 덕분에 아빠는 앞으로도 계속 글쓰기를 좋아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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