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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May 05. 2023

다시, 모닝페이지

책 <아티스트 웨이>



'모닝페이지'를 다시 쓰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모닝페이지는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 소개하는 창조성을 끌어내는 리추얼이다. 방식은 간단한데, 아침에 일어나서 떠오르는 온갖 상념들(잡생각들)을 생각나는 대로 노트에 쓰면 된다. 어떤 헛소리도 괜찮다. 본인이 느끼는 것, 걱정되는 것, 그날 할 일 등 뭐든 다 적으면 된다.



저자 줄리아 카메론은 매일 세 쪽의 모닝 페이지를 쓸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세 쪽 쓰는 게 뭐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30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쓰다 보면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쓰면서 세 페이지의 광활한 분량을 당혹감을 느낀다. 오늘 할 일도 적어보고, 어제 스트레스 받았던 것도 적어보고, 걱정과 염려도 적어보고, 감사한 것들도 적어본다. 그래도 세 번째 페이지에 다다르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줄리아 카메론은 이렇게 쓸 말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얘기한다.



무엇이든 생각나는 것을 세 쪽에 걸쳐 쓴다. 쓸 것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쓸 만한 말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라고 쓴다. 세 쪽을 채울 때까지 이 말을 쓴다. 세 쪽을 가득 채울 때까지 무슨 말이든 쓰는 것이다. (49)



왜 이렇게까지, 어찌 보면 무의미한 말들을 적어야 할까? 카메론은 이렇게 하는 게 우리 안에 있는 창조성을 가로막는 검열관을 떼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 책 <아티스트 웨이>와 모닝페이지에 대한 간증을 여러 번 접했다. 그러다 '글을 쓰기 잘 쓰기 위해 읽어야 할 단 4권의 책'이란 영상이 결정적으로 이 책을 사서 읽게 만들었다. 작년에 그래서 모닝페이지도 2개월 정도 썼는데 더 지속하지는 못했다.



모닝페이지 쓰기를 멈춘 이유는 일단 쓴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는 게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 몇 주는 '이렇게 하면 내 안에 창조성이 발휘된단 말이지'하며 열심히 썼다. 하지만 아침에 모닝페이지 세 쪽을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침에 미처 세 쪽을 못 쓰면 저녁에 집에 와서 더 쓰기도 했다. 모닝페이지를 쓰니 감정적으로는 확실히 뭔가 분출이 되고 생각도 정리가 되는 것 같았지만 그 이상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또한 모닝페이지가 다른 글을 쓸 동력이 되어주지 않았다. 모닝페이지 세 쪽을 쓰는 것도 에너지가 들어갔던지 이걸 쓰고 나면 그 하루 다른 글은 더 쓰고 싶지 않았다. 또 이때 '비밀글만 쓰면 글은 늘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만난 것도 모닝페이지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 비밀글인 모닝페이지만 쓰고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싫었다.



글쓰기 모임의 2주 차 참고도서라 다시 펼쳐본 <아티스트 웨이>. 이 책에는 모닝페이지를 쓰고 창조성이 분출되어 자기만의 예술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다. 어떻게 보면 모닝페이지를 지속하는 건 믿음이 필요한 일이다. 이걸 씀으로써 내 안의 창조성을 발휘해서 나만의 글,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



이번에 다시 모닝페이지 쓰기를 시작하며 노트에 변화를 줬다. 작년엔 일반 공책에 모닝페이지를 썼지만 이번엔 들고 다니기 편한 조금 더 작은 사이즈의 하드커버 노트를 샀다. 하드커버 노트를 쓰니 침대 위에서나 어디서든 펜을 잡고 쓰기가 용이하다. 또 집에서 모닝페이지를 다 못 쓰고 나오면 다른 장소에서라도 틈이 되면 모닝페이지를 쓴다. 아침에 집에서 다 쓰고 나오는 게 제일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수시로 모닝페이지 노트에 이런저런 메모들과 생각들도 적는다.



하루하루 시키는 일만 하고, 해야 하는 일만 하며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줄리아 카메론이 귀에 닳도록 하는 말, '네 안에 창조성 있다'. 이게 정말이라면 그 창조성을 끌어내서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다. 나도 창작자로, 아티스트로, 살고 싶다.



어떤 사람은 모닝페이지를 15년 동안 쓰고 난 뒤 생긴 변화를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는데, 일단은 나도 3년은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씁니다'라는 이자크 디네센의 말을 벗 삼아. 효과가 있는지, 변화가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는 2026년 5월에 다시 판단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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