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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Feb 11. 2021

내가 얼마나 살 줄 알고

역시 죽음을 생각해야 명료해진다


'직장은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야.' 이 말, 엄청 겁주는 말이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지옥보다는 전쟁터가 나으니 그냥 좀 버텨라, 이건가? 어차피 죽는 건 전쟁터나 지옥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나는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그 지옥이 어떤 지옥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번 겪어보련다.'라고.



'김진짜'라는 축구유튜버의 영상을 즐겨본다. 이 분이 어느 날엔 진로 교육에 초청받아 강의한 영상을 업로드했다. 주제는 '하고 싶은 거 하세요'. 강의 중간에 그는 짐 캐리와 그의 아버지의 예를 들었다.

 


짐 캐리는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자기 아버지가 실은 자기보다 더 웃긴 사람이었고 코미디언으로 성공할 재능이 충분히 있는 분이었다고. 그런데 자기 아버지는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해서 진로를 회계사로 바꿨으나 그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무척 힘들게 살아가셨다는 거다. 물론 어린 짐 캐리도 가난하고 힘 시절을 보냈다고.



이때 짐 캐리는 '아, 하기 싫은 일을 해도 실패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고 자기는 그냥 하고 싶은 코미디언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결과는? 강의에서 진짜씨는 짐 캐리의 저택 사진을 보여줬다. 불안정할  같아 회계사를 택했던 짐 캐리의 아버지보다 결국 짐 캐리가 훨씬 안정적으로 살게 됐다고. 결론은 그거였다. '하기 싫은 일을 해도 실패할 수 있으니,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라'



이 얘길 듣고 생각이 좀 더 명료해졌다. 그래, 지금 이 일이 끝까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하기 싫은 일을 해도 실패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실패할 수 있다면 차라리 후자가 훨씬 낫지 않나.



얼마 전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을 읽으며, 만약에 내가 이런 암에 걸린다면? -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암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병이니까. 예를 들어 내 몸안에 작은 암세포가 하나 있다고 가정을 해본다. 그리고 3년 후에 건강검진을 하다가 암세포를 발견해서 투병생활을 시작한다면?



자, 만약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다가 3년 후 암 확진을 받는다면 많이 억울할 것 같다.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나 어쨌든 이렇게 되면 그동안 모은다고 모았던 돈도 금방 소진될 거다. 안정적이어서, 돈을 그래도 좀 모을 수 있어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살아왔는데 만약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너무 허무하고 후회되지 않을까?



반대로, 하고 싶은 일에 그래도 도전해보고 부딪혀봤다면 일단 해 봤기에 덜 후회할 것 같다.



사실 어떤'병'이라는 것 앞에서 안정적인 수입이란 건 거의 무의미하다. 꽤 많은 돈을 모았다 해도 건강을 잃게 되면 이를 되찾기 위해 돈이란 건 순식간에 없어진다. 죽음이 코 앞에 있는데 돈이 문젠가. 일단 살고 봐야하는데. 그러니 안정적인 수입에 연연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게 맞다. 아직 건강이란 게 있을 때 해보고 싶은 걸 해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팀 페리스가 소개했던'인생카운트시계'를 다시 떠올려본다.





케빈(과학기술 전문 잡지 'Wired' 공동 창간자)은 '인생 카운트 시계'를 갖고 있다. 자신의 신상 정보를 입력해 얻은 '예측 사망 나이'를 역으로 계산해 '앞으로 살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컴퓨터 화면에 출력되도록 설정한 것이다.


2016년 현재, 그의 살날은 6,000일 정도 남아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카운트다운 시계만큼 인생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없다. 6,000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전부 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아니다."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사실 죽음을 생각하라는 조언, 지금까지 여러 번 들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진지하게 적용해보려 한다. 진짜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지금껏 과감히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도 후회로 남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나도 핸드폰 바탕화면에 내가 죽을 날을 미리 정해서 디데이를 걸어놨다. 물론 이것도 이때까지 큰 사고 없이 건강하게 살았을 때를 가정한 거고, 얼마든지 이보다 더 일찍 죽을 수 있다.



쓰다 보니 결국  '기.승.전-하고 싶은 것 해보자'로 귀결된다.

직장 밖이 지옥이더라도, 일단은 그 지옥을 경험해보련다. 결국 길은 내가 만드는 것이니. 전쟁터든 지옥이든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다. 전쟁터를 겪어봤으니 지옥도 겪어봐야지.



생각보다 내가 살 날이 얼마 안남았을 수도 있다. 그러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해봐야겠다 싶은 건 해보자. 후회가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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