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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Feb 04. 2021

밥벌이는 꼭 지겨워야 할까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이 글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밥벌이는 밑도 끝도 없다. 그러니 이 글에는 결론이 없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밥벌이. 그렇다. 우리가 일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밥을 벌어 먹고 살기 위함이다. 밥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기에.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속으로만 삭이고 있던 그 응어리를 '팡'하고  터뜨린 걸지도 모른다. 인정하기 싫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 밥벌이의 고단함과 지겨움을.



맞다. 밥벌이는 지겹다.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니 처자식이 있다.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수입이 있어야 먹을 걸 먹고 아이 어린이집도 보낼 수 있다. 고되고, 마음에 쩍쩍 금이 가도 버텨야 한다. 안 그러면 밥줄이 끊긴다. 밥줄이 끊기는 것. 이게 아마 가장 큰 두려움 아닐까.



일을 밥벌이로만 보면 이렇게 암울해진다. 밥벌이가 일의 중요한 이유라고는 하나 이걸 전부로 생각하면 안 된다.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래서 예전엔 허울 좋은 소리라고 넘겼던 책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의 내용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일은 어른들이 날마다 모여서 놀기 위해 창안한 것"이라는 농담은 진담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모든 문화의 기본 특성은 바로 놀이에 있다. 일을 놀이로  즐길 수 있으면, 당신은 그 일을 위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구본형







솔직히 너무 이상적인 말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좀 어이없기도 했다. 과연 일과 놀이가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인가? 너무 현실성 없는 동화 같은 얘기 아닌가. 그런데 구본형은 책에서 자신이 열정을 바칠 수 없는 일은 억압이며 비참의 근원이라고 역설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덕업일치'라는 말이 있다.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그냥 오픈 사전에만 등록된 용어인 줄 알았는데 국어사전에도 정식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라고. 사전에 이렇게 단어가 올가가 있다면 진짜로 덕업일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는 것 아닌가.



이쯤 되면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일'을 지겨운 밥벌이로 볼 것인지, 아니면 놀이, 그리고 덕질과 공존하는 개념으로 볼 건지.





당신을 억누르는 고통은 직업 때문이 아니라 당신 자신 때문이다!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몸담을 영역을 선택한 자가 어찌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반드시 직업이 주는 커다란 즐거움을 발견해야 마땅하다.



세상 모든 일에는 어둡고 힘든 면이 있는 법이다. 오로지 내면의 충동과 즐거움, 열정만이 우리가 장애물을 극복하고 길을 만들게 도와준다.


오로지 그것만이 우리를 좁은 세계, 남들이 괴로움과 번민을 억누르며 사는 좁은 세계 밖으로 끌어내준다.



_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부분에서 좀 멈칫하긴 하지만 어쨌든 괴테는 직업이 주는 커다란 즐거움을 발견해야 한다고 한다. 반복해서 언급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그렇기에 일터에서 즐겁지 않아 퇴근 후와 주말, 공휴일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리 그 시간들을 나름대로 즐겁게 보낸다 한들 반쪽짜리 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 주객이 바뀐 거다. 그래서 <마스터리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이렇게 말한다.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을 진정한 행복으로 가기 위해 힘겹게 거쳐야 하는 과정 같은 것으로 느낀다면 결코 길지 않은 삶을 우울하게 낭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껏 내가 이렇게 생각해왔고, 결코 길지 않은 삶을 이런 식으로 우울하게 낭비해왔기에, 이제는 다 청산하고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솔직히 아직도 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일'을 지겨운 밥벌이보다는 놀이와 덕질, 즐거움으로 진지하게 한 번 연결시켜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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