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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Feb 02. 2021

하고 싶었던 일을 해봅시다

그 전에 생각해볼 것 세 가지




하루는 24시간이다. 그 중 잠자는 시간, 먹는 시간 등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마 일하는 시간일거다. 그래서 일하는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다면 인생이 살 만하다 생각될 것이고, 반대로 일하는 시간이 괴롭고 고통스럽다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거다.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다. 고로, 일하는 시간이  내게 어떤 시간인가가 중요하다. '아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이 아침마다 자주 드는 나는 후자에 속한다.



내게 설렘과 줬던 월급 날도 이젠 그리 흥이 안 난다. 배가 부른 건지 감사를 잃어버린 건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거다.  



이렇게 적고 보니 더 단순해졌다. 그럼 뭐가 고민이지? 당장 자리를 정리하고 사직서를 쓰고 속 시원하게 나오면 되지 않나. 마음속 묻어 두었던 그 일을 이제 시작하면 되지 않나!



그러나, 이쯤에서 짚고 넘어갈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아내와의 상의



내가 혼자 살고 있다면야 상관없다. 허나 나는 8년여 전 결혼을 선택했다. 이 말인즉슨 중차대한 결정을 할 때는 미리 상의해야 할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걸 뜻한다. 즉 '아내'다.



결혼한다는 건 곧 삶의 일부분을 (상당 부분을) 그 사람과 공유한다는 뜻이기에 내 맘대로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과 내가 도전하고 싶은 일에 대해 아내와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




둘째, 생계 vs 하고 싶은 일



이 고민, 안 할 수가 없다. 생계는 중요하다. 내 가족, 아내, 아이가 당연히 굶지 않게 해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도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 미니멀라이프를 시도해보자고 할까? 역시 이 문제도 아내와 긴밀한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회사에서 나오면 당장 수입은 없어진다. 이게 큰 문제다. 아내가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수입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드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조금 암울하다. 과연 회사를 나와도 될까?




셋째, 그래도 인생을 걸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다시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간다. 이런 리스크를 감당하고서라도 진짜로 해보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 일단 위의 생계 문제에서 어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수입이 반토막 혹은 그 이상 난 현실을 계속 감당하긴 어려울 거다. 퇴직금으로 몇 개월을 버틴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솔직히 답이 없다. 돈을 어디서 벌어올텐가? 아, 이 밥벌이의 고됨과 지겨움.



그러나 내가 인생을 걸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하는게 맞다고 본다. 일단 부딪혀보고 한 걸음 내딛어보면 그 다음 살 길이 열리리라 믿는다. 이런 믿음과 또 무모함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완벽한 계획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시작하고 봐야 한다.  







누군가는 오버랩 전략을 얘기하기도 한다. 일단 섣불리 그만두지는 말고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면서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라고.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내 상황 속에서는 오버랩 전략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일단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퇴근할 때쯤이면 마음이 저 밑바닥으로 푹 꺼져 함몰되어 있다. 마음을 추스르느라 퇴근 후 뭔가를 하기엔 너무나 지쳐있는 상태가 지속됐다. 어느 날엔 그냥 이대로 증발되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이 맞을 거다. '회복탄력성'이란 걸 잃어버렸다. 그래서 탈출구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마음이란 게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무너져 내리니까 사람이 한순간에 식물인간처럼 된다는 걸 경험했다.



그래서 나의 경우엔 조금 극단적이더라도 아예 나오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 깊은 어둠의 시간을 경험하고 나니 내가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일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거다. 밤이 깊을 수록 반짝이는 별이 더 잘 보이듯 말이다.



이상, '일'에 대 오늘 고민해 본 내용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인생이 살맛 난다.



#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일단 아내와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



# 인생을 걸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리스크를 감당하고서라도 일단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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