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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Jul 25. 2024

딸아이와 단둘이 마카오 여행 4

여행 중 떠오른 단상들


# 물놀이

 

딸아이는 물놀이를 좋아한다. 아주 많이. 원래 10살 남짓 초등학생들이 대부분 물놀이를 좋아하는 건가. 물속에 들어가면 그냥 신나 한다. 마카오 여행 첫째 날,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1시간 반 물놀이. 둘째 날, 오후 4시 반부터 7시 반까지 3시간 물놀이.



누워서 둥둥 떠다니다가 물안경 쓰고 잠수하고, 헤엄치다 물먹고, 오도방정 떨다가 또 물 먹고, 그래도 지치질 않는다. 그냥 두면 몇 시간이고 놀 기세다.



그래서 셋째 날 일정을 아예 마카오 시내에 있는 스튜디오 시티 워터파크로 가는 걸로 잡았다. 물놀이를 이리 좋아하니, 원 없이 놀라고.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보다도 비싼 입장료. 그치만 언제 또 외국에 있는 워터파크에서 놀게 하겠나 싶어 과감히 결제. 덕분에 나도 재밌게 놀았다. 특히 국내 워터파크에 가면 긴 대기시간 때문에 슬라이딩을 몇 번 못 타 아쉬웠는데, 여기서는 원 없이 탔다.



야외에 있는 1번 슬라이딩이 백미였다. 무슨 캡슐같은데로 들어가길래 뭔가 했더니, 쓰리, 투, 원, 스타트! 하면서 밑에 바닥이 뚫리며 수직 낙하 하는데 이건 진자 보는 사람 타는 사람 모두 심장이 쫄깃해지고 웃음이 난다. 아니, 타는 사람은 제외. 큭큭큭.



평생 워터파크 슬라이딩 몇 번 못 탄 아쉬움을 나는 여기서 풀었다. 딸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어느 워터파크에 가든, 마카오에서의 워터파크에서 놀았던 게 생각나겠지. 그래, 그거면 입장료 9만원 값 충분하다. 평생 기억에 남을 거라면.





# 영어 


군 전역 후, 호기롭게 한국외대 TESOL 자격증 과정을 공부한 적 있다. TESOL은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란 뜻으로 쉽게 말해 '국제영어교사 자격증'이다.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를 보면 영어는 1-2개 틀릴 정도로 영어는 내게 효자 과목이었다. 자습시간에도 리딩튜터인가 하는 영어 지문을 쭉 읽고 푸는 게 재밌었다. 비록 수능은 좀 죽 쒔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자 하는 열망이 내게 있었다.



휴학하고 5개월간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라는 책의 방법대로 얇은 책 내용을 귀가 닳도록 듣고 또 듣고, 들리는 대로 따라 하고, 소리 나는 대로 받아 쓴 적이 있다. 이때 발음 교정이 참 많이 됐고 b와 v, f와 p 등의 소리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군 전역 후, 영어 강사를 좀 해볼까 하는 생각에 TESOL과정에 지원하고 합격을 했더랬다. 6개월간 외국인 교수님들에게 영어로 수업 듣고 영어로 과제 제출하고, 영어로 수업 실연하면서 깨달은 것. 듣고 이해하는 건 어느 정도 되는데 스피킹이랑 라이팅은 진짜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것. 이런 아웃풋은 외국 가서 살면서 해야지, 한국에서 백날 해봐야 너무 비효율이라는 것.



결국 테솔 자격증은 따긴 땄으나 수업 실연을 어버버 하면서 엉망으로 하고, 영어 작문 과제에 골머리를 썩으며 영어에 질려버린 나. 이후 한동안 영어를 멀리했다. 아니, 그 이후론 거의 영어랑은 거의 담 쌓고 살았다.



이번에 아이와 자유여행으로 마카오에 오니, 영어를 쓸 수밖에 없다. 체크인부터, 물건구매, 길 물어보기 등등. 간단 간단한 영어지만 그래도 써야 하는데, 아이 앞에서 그래도 아빠가 영어를 좀 하긴 하는구나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여행으로 아에에게 '아빠 영어 그래도 좀 해'라는 이미지 정도는 얻은 듯싶다. 사실 외국 가면 영어는 그냥 아는 대로 주께면 된다. 어차피 영어가 모국어도 아니고, 아시아인이라 서툴 걸 그들도 알기 때문에, 되는대로 하다가 정 안 통하면 파파고로 보여주면 된다.



돌아보니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의 방법대로 5개월간 영어 듣기와 발음과 받아쓰기, 인토네이션을 훈련했던 게 꽤나 유용하다. 어디 가서도 발음은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간단한 회화 정도는 듣고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으니까.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아버지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는 건데, 이때를 위해서 한국에 돌아가면 스피킹 연습을 좀 해볼까 한다. 물론 이런 말하기는 영어권 국가에서 살면서 익히는 게 제일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우니, EBS 입트영이나 파워잉글리시를 들으면서 스피킹 능력을 좀 올려봐야겠다.



그리고 요즘 딸아이 영어스피킹&라이팅 학원 Vocaburary Test에 나온 단어들을 보니 슬슬 내가 잘 모르는 단어들도 많이 나오던데, 나중에 딸아이 영어와 나의 영어가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게 공부를 좀 더 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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