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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외로워지기

by 김이안



연휴와 피로감은 역시 짝꿍일까. 기억을 더듬어봐도 연휴가 끝나고 개운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목이 살짝 부어 감기가 올랑 말랑 한다. 몸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다. 통잠을 못 자고 중간중간 깬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속이 부대끼는 것처럼, 연휴 때 사람들과 긴 시간 같이 있다 보니 마음도 부대낀다. 마음의 신선도가 좀 떨어졌다고나 할까. 푸석푸석하고 건조한 느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천천히 식사를 할 시간. 얼굴을 촉촉하게 하는 미스트처럼, 마음에 수분이 되어줄 문장들에 머무는 시간. 이런 시간들이 필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더 외로워질 것.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헤아릴 것. 말을 줄일 것. 좀 불편하고 시간이 걸려도 내 안에서 삭혀내야 할 것들은 삭혀내고 훌훌 털어버릴 것. 산책을 하고 햇빛을 쐴 것. 리코타 치즈와 까만 올리브가 들어간 신선한 샐러드를 먹을 것. 얼굴 근육을 풀고 잔잔한 미소를 지을 것. 작고 사소한 것에 감탄할 것.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_ 나태주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상처 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늘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거리.



_ 우종영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길을 걷다가 무심코 바라본 앙상한 나뭇가지가 내 모습 같고, 늦은 밤 아무도 없는 텅 빈 골목길을 걷다가 공허감을 느꼈다면, 지금 당신에게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불쑥 슬픔이 찾아올 때, 제겐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더 외로워지는 겁니다.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치고 오롯이 혼자가 되어,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나 문장을 찾는 거죠. 그러다 뭔가 쿵 마음에 와닿을 때면, 나도 모르게 펑펑 눈물이 납니다.


그럴 땐 마음이 풀릴 때까지 맘껏 울면 됩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요. 홀로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그 안에 있는 것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거지요.


물론 그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고 기운이 납니다.



_ 전승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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