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그 여름의 끝> _ 이성복
주어진 삶의 모든 것들이 글감이라 믿습니다. 소소한 추억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씁니다. 웃음과 여유를 곁에 두기 위해 씁니다.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오늘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