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전, 1차 감상의 기록
반 고흐는 정직한 사람이었으며
위대한 예술가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애와 예술,
두 가지 뿐이었다. _ 가셰
가셰는 고흐가 생애 마지막 시절인 오베르에 있던 시절 고흐와 가깝게 지냈던 의사였다. 전시장 출구 앞에 이 문구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넨다.
반 고흐의 그림에는 유령도 없고, 환영도 없고, 환각도 없다. 그것은 오후 2시에 내리비치는 태양이 작렬하는 진실이다. _ 앙토냉 아르토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방식대로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나는 색채에 심취되어 있었다. _ 고흐, 아를에서
전시장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다. 대학생 때 간 유럽여행에서 루브르 박물관, 오르셰 미술관, 대영박물관에 들어갔을 땐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전시 작품 중 보자마자 '와!'하고 탄성이 나왔던 작품은 <씨 뿌리는 사람>이었다. 작렬하는 태양빛의 그 뜨거운 에너지와 열기가 한가득 느껴졌던 작품. 고흐의 그림은 실제로 보면 물감을 두껍고 거칠게 칠한 그 질감이 느껴져서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고흐의 색채 표현의 절정이라 불리는 작품. <씨 뿌리는 사람> 앞에서 오래오래 머물다 왔다.
고흐의 그림 중 그동안 잘 몰랐지만 이번에 참 좋다고 느낀 작품은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풍경'이었다. 아래에는 보라색 붓꽃이, 위에는 푸르른 듯 에메랄드 빛 하늘과,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상아빛 지붕이 인상적이었다. 전시를 보면서 고흐가 색채 표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연습했음을 알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이 그림의 색채 대비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그림도 실제 그림과 이미지 파일의 색 차이가 너무 크다. 질감도 역시 화면상으로 보기엔 어쩔 수 없이 느껴지지 않고. 그래도 어쩌나. 이렇게라도 기억하는 수밖에.
영혼의 흔적을 지닌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 빛과 색채의 떨침으로 영원을 그려내고 싶다. _ 고흐
있는 그대로를 넘어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싶었던 고흐. 이 설명을 곱씹으며 고흐의 그림들을 바라봤다. 작품에 담긴 인물들의 감정들을 헤아리려 하니, 이들의 고단함, 슬픔, 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내 그림이 물감값보다 더 많은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_ 고흐 (1888년 10월 24일)
예술이란 얼마나 풍요로운 것인가. 본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허무하지도, 생각에 목마르지도 않을 것이며, 고독하지도 않을 것이다. _ 고흐 (1878년 11월 15일)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는 없는 그림이다. 그러나 고흐가 살아생전 유일하게 판매했던 그림이라고 해서 찾아보았다. 400프랑. 오늘날 환율로 환산하면 150만원. 이게 고흐가 생전에 그림으로 얻은 유일한 수익이었다.
그의 현실은 비록 어두웠지만 어둠을 뚫고 찬란한 색채로 그림을 그렸다고 전시의 설명문은 전해주고 있으나, 고흐의 그 마음이 어땠을지는 상상이 잘 안 간다. 인정받지 못한 그의 작품들. 계속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비루함. 모델이 없어, 그림을 그릴 공간이 없어 헤매야 했던 많은 시간들. 어떻게 버텼을까. 단지 열정이란 단어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엔 그의 삶의 색채가 너무 깊고 다채롭다.
오늘 반차를 쓰고, 부리나케 왔는데도 대전 시립미술관에 도착하니 5시. 그래서 오디오로 듣는 작품 설명은 아무래도 시간이 모자랄 듯해서 오늘은 전체적으로 작품을 훑는다 생각하고 감상하고 왔다.
정여울의 책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챙겨 갔는데 여기에 작품에 대한 메모들을 많이 해왔다. 펜과 책을 챙기길 아주 잘했다. 다음엔 아예 하루 연차를 온전히 쓰고 아침 일찍 와서 오디오 설명을 들어야지.
대학생 때 유럽여행을 하며 미술관들을 둘러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런 전시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체감이 된다. 기회가 있을 때 누리고 감상해야지. 드디어 고흐전을 오늘 보고 왔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우리는 되도록 더 많은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해. 진짜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란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더 행복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어.
그 사람 역시 가끔은 흔들리고, 의심도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속에 신성한 불꽃을 품고 살아갈 수 있지."
_ 고흐, 테오에게 보냈던 편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