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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전진하기

by 김이안


마음이 답답해 무작정 도서관으로 갔다. 책장 사이를 산책하며 책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들이마신다. 몇 개의 책을 집어 들고 훑어보다 내게로 온 문장,



실패를 예감하며,

실패로 전진하기

_ 김영민,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살면서 자주 실패를 예감한다. 어쩔 수 없다. 90분의 축구 경기 시간 동안 골이 터치고 환호하는 순간은 1,2분의 극히 일부분. 나머지 88분은 슈팅이 빗나가고, 공을 우리 팀 소유로 가져오고 지켜내기 위한 진흙탕 같은 시간이다.


이와 같이 삶에서 성공과 성취의 순간은 극히 일부분의 찰나다. 나머지는 실패를 마주하고 견디며 패배감과 싸우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실패를 예감하면서, 실패로 전진한다'는 이 자세는 움츠러든 어깨를 펴게 한다. 모종의 전투력을 끌어올린다. '까짓 거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부딪혀 보는 거야!'


각이 안 나오고, 적당한 타이밍이 안 생겨도, 어쨌든 슈팅을 시도해야 골이 나온다. 안 들어가더라도, 유효 슈팅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그러니 또다시 실패하더라도, 다시 실패로 전진, 아니, 실패로 '돌진'해야 한다. 몇 번이고 부딪혀 보리라는 '깡'을 가져야 한다.


다시 또 실패를 마주하면 쓰라리고, 상처를 입고, 주저앉겠지만. 추스르고 일어서는 데 시간이 또 걸리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루가 또 주어지고, 살아 있는 한, 다시 또 전진하고 부딪혀야 한다. 무수한 실패를 향해. 그 속에 분명히 있을 반짝이는 성취와 뿌듯함과 찰나의 환희를 향해.


어쩌면 성취와 성공의 짧은 순간보다, 실수, 실패와 씨름하며 견디며 사투를 벌이는 게 삶의 본질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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