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하기도 하지만 피로도 쌓이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생각지 않게 처음 해보는 것들이 생겼다. 먼저 이사 당일, 그동안 뉴스로만 듣던 수도 동파를 경험한다. 관리사무소 직원분 왈, 여긴 날씨가 추워지면 수도가 어는 경우가 많으니 영하 10도 가까이 되면 물을 조금씩 틀어 놓으라고 하신다. 집이 비워져 있는 그 기간에 하필 강추위가 있어서 온수계량기, 냉수계량기 모두 동파가 되었다고. 온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냉수는 수도사업부에서 고쳐주고 가셨다.
오래된 아파트라고 얘기는 들었는데, 이번엔 세탁기 이슈가 이어서 터진다. 전에 있던 통돌이 세탁기는 버렸고, 이번에 이사 오면서 아내가 드럼 세탁기 건조기 세트를 새로 사려 했다. 그러나 세탁실로 들어가는 입구 폭이 상당히 좁다. 창문으로도 드럼 세탁기가 도무지 들어갈 견적이 안 나온다. 통돌이를 사면 분해조립해서 넣을 수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아내는 아이들 옷 빨래 때문에 드럼세탁기&건조기를 포기할 수 없다고. 아내는 고심하다가 일이 생겨 처가에 내려가버렸다.
쌓여가는 빨래와, 떨어져 가는 양말. 마침 단지 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같은 건물에 있는 크린토피아 셀프빨래방을 발견. 다음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빨래를 한가득 담은 가방을 들고 셀프빨래방을 이용한다. 먼저 비어있는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키오스크에서 빨래 결제. 세탁이 다 되면 그걸 이제 건조기에 넣고 다시 결제하면 된다. 처음이라 약간 떨렸는데, 생각보다 간단하다.
빨래하는데 40분, 건조하는데 15분.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올까 하다가 빨래방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로 한다. 생각보다 남자들이 많이 보인다. 아빠들로 보이고, 대부분 이불 빨래를 가지고 온다. 각자 세탁기 혹은 건조기를 돌리고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본다.
빨래방 안 공기는 훈훈하고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이 돈다. 누군가 들어올 때마다 찬바람이 쑥 들어오지만 금세 다시 따듯해진다. 빨래방, 생각보다 좋은 쉼터다. 아빠들은 빨래를 돌리고 온다는 합법적인 명목으로 여기서 축구동영상이나 좋아하는 유튜브 등을 편히 볼 수 있다. 옆에 마트에서 바나나 우유를 하나 먹으면서 기다리는 것도 괜찮겠다.
잘 건조된 빨래들을 커다란 가방에 넣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좀 뿌듯하다. 빨래 문제는 당분간 이렇게 해결하면 되겠구나. 수도 동파 고치기, 셀프 빨래방 이용하기, 이 밖에 냄비로 밥해먹기, 난방 관련 부품 교체하기 등 예상치 못한 미션들이 생긴다. 하나하나 잘 해결해가고 있기는 하나, 피로도가 쌓인다. 가뜩이나 새로운 근무지에서 업무들을 인계받고, 새롭게 배워가야 할 것들이 많은데. 당분간 집에서 만큼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와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보다는, 맘 편히 쉬고 싶다.
외국으로 3주 캠프를 가 있는 딸아이처럼, 나도 외국에 있다고 생각하자. 아예 다른 도시이고, 다른 집이고, 다른 근무지고, 다른 사람들이니까 외국이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곳에 왔으니 환경 적응에 대한 피로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잘 자잘한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자. 그래도 일주일이 지났다. 7일, '한 주'라는 사이클을 일단 돈 거다. 수고했고 고생했다. 오늘 저녁엔 양념치킨과 최애 과일(채소)인 딸기를 먹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