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놀이동산에서 제대로 놀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그마치 2010년 이맘 때, 대학교 친구들과 갔던 게 마지막이었다. 자유롭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신나게 탔던 게 말이다.
얼마 전 처남 가족과 식사를 하다가 두 부부가 각자 연애할 때 놀이동산 데이트를 못해본 게 아쉽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놀이동산 특유의 들뜨는 분위기와 연애의 그 달달한 공기가 섞여 색다르게 신났을 것 같은데 그걸 못 경험해본 게 아쉽긴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네 살이 된 아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다시 왔던 놀이동산. 이상했다. 놀이동산은 그대로인데 뭔가 흥이 나지 않았다. 십 대와 이십 대 때 경험한 놀이동산의 재미는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면서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는 거였는데 그게 되질 않았다.
자유이용권 아닌 자유이용권
이제는 아이의 '아빠'라는 신분으로 놀이동산에 왔기 때문이었다. 아빠로 온 이상 손목에 감긴 자유이용권은 더 이상 말 그대로의 자유이용권이 될 수 없었다. 아이가 만약 일곱 살이라면, 아빠의 자유이용권은 일곱 살이 탈 수 있는 놀이기구의 자유이용권을 의미했다.
아이와 놀이동산에 가면 물론 즐겁긴 했으나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트레이드마크 놀이기구를 타야 그래도 놀이동산에서 놀고온 기분이 나지 않나. 갔다오고 나서도 뭔가 후련하지 않은, 시원찮은 뒷맛이 남았다.
아이와 함께 놀이동산에 오면 이동 거리가 예전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놀이기구도 보호자와 동승하는 유아용 놀이기구만 탄다. 그런데 이상하게 피곤함이 몰려왔다. 물론 아직 아이를 챙기는데 계속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나도 뭔가 신나는 걸 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답답함이 피로감을 불러일으킨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올해 일곱 살이 된 아이가 갑자기 키가 훌쩍 커서 모든 놀이기구 봉인해제가 풀린 게 아니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두 가족이 함께 와야 한다
아이가 있는 두 가족이 함께 놀이동산에 오니까 예전의 놀이동산 기분이 올라왔다. 일단 어른이 네 명이 되니까 교대로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이제 아빠 신분으로 놀이동산에 와도 이제 스릴 있는 어른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된 거다. 리얼 자유이용권 회복!
확실히 놀이기구는 둘이 같이 타야 재밌지 혼자 타면 별로다. 나는 그랬다. 우리 가족만 왔을 때 아내가 아이를 보고 있을 테니 혼자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라고 해도 별로 타고 싶지가 않았다. 혼자 타러 가려니 도무지 신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이 탈 어른 동지가 생기니 다시 십 대, 이십 대 느꼈던 놀이동산 분위기가 났던 것. 오늘로 깨달았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에 와야 한다면 두 가정이 약속을 잡고 같이 와야 한다는 것을.
최근 몇 년간 놀이동산에 와도 별로 흥이 나지 않았던 나. 그래서 나도 그냥 어른이 된 건가 하는 생각에 서글픈 기분이 들었던 나. 그러나 오늘, 아직 동심과 마음의 젊음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어른 놀이기구를 탈 수 없는 자녀를 둔 아빠 동지와 엄마 동지들이여. 잃어버린 놀이동산 모드를 회복하고 싶다면 맘 맞는 이웃 가정과 함께 조인해서 가는 게 어떠신지.
아무리 아빠고 엄마라도 내 타고 싶은 건 몇 개 타고 와야 모처럼 놀이동산서 재밌게 노는 기분이 난다. 그러려면 어른 넷이 교대로 아이들을 봐야 한다. 그래야 애들 놀이기구도 다 같이 탔다가 어른 둘은 아이들 보고, 어른 둘은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올 수 있다. 역시 어른이고 아이고 놀이동산에서는 자기가 재밌는 놀이기구는 몇 개 타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신남과 재미로 후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