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관심을 갖고 보는 팀이 오늘로써 3연패를 했다. 남기일 감독이 이끄는 제주 유나이티드다. 사실 제주 유나이티드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남기일 감독 때문이다. 그동안 남기일 감독은 주로 하위권에 있는 팀을 맡아왔다. 그럼에도 그가 맡아왔던 팀은 단단해 보였고 결코 쉽게 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조용하지만 절도 있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는 광주FC, 성남FC, 제주 유나이티드를 맡으면서 세 팀 모두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시킨 커리어를 갖고 있다
2부에서 1부 리그로 올라오면 해당 리그에서 우승을 하거나 상위권 팀들과 치열한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와야 한다. 그러니 아직 40대 중반인 젊은 감독이 세 번이나 팀을 승격시켰다는 건 실로 대단한 커리어인 것이다.
흔들리는 제주와 남기일 감독의 리더십
작년에도 불과 1년 만에 팀을 우승시키고 1부 리그로 올라온 제주 유나이티드는 13라운드까지 3위에 오르면서 순항 중이었다. 아니, 순항이라기보다는 파란이었다. 제주는 이제 막 2부에서 1부로 올라온 팀이었으니 말이다. 무승부가 많긴 했지만 수비가 단단했고, 문제였던 공격도 골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자 승점을 쌓고 3위로 도약한 것이다. 이어 강력한 우승후보인 전북과도 대등한 경기력으로 비기면서 다시 한 번 남기일 감독의 지도력과 전술이 주목받은 바 있다.
이런 제주가 지난 14라운드(5월 8일)에 수원FC에게 3실점이나 내주고 패배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단단한 수비력으로 주목받던 제주에게 3실점 패배는 꽤나 충격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수원FC는 지난 13번의 경기 동안 제주에게 유일하게 패배를 안겨다 준 팀이었다(4월 4일). 그러니 남기일 감독은 작심하고 수원FC와의 재대결을 준비했을 터. 그런데 또 다시 같은 팀에게 그것도 대량실점으로 패했으니 적잖이 실망하고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다.
더 이슈가 되었던 건, 남기일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를 거부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EPL에서 감독이 패배한 감독이 인터뷰를 거부해서 벌금을 받았다는 소식은 몇 번 봤으나 국내 감독이, 그것도 남기일 감독이 이렇게 했다는 게 상당히 의외였다. 도대체 얼마나 화가 나고 기분이 언짢았기에.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인터뷰는 응하는 것이 감독으로서의 의무이고 예의다.
그런데 남기일 감독은 이날 선수단에게 훈련 소집을 요청했다고 한다. 보통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는데 이례적으로 남기일 감독이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 선수단은 응하지 않았고 후에 남기일 감독이 사과함으로 사건이 일단락 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마무리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제주의 팀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음이 드러난 듯 하다.
감독의 핵심 역할
: 전략 짜기, 개개인의 심리 파악, 팀 분위기 만들기
수원FC에게 당한 패배 이후 오늘(5월 16일) 대구전까지 제주는 3연패의 늪에 빠졌다. 팀 분위기라는 것이 한 번 삐걱거리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팀도 계속 연승을 하거나 패하지 않고 승점을 꼬박 꼬박 챙길 수는 없다. 경기를 하다보면 당연히 패배한다. 그러나 이런 때 감독이 어떻게 선수단을 추스르고 다시 위닝 멘털리티를 심어주느냐가 중요하다.
감독은 전략을 짜야하는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팀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직업이다. 그래서 모든 축구팀은 이 세 가지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감독을 데리고 오려 한다. 올 시즌 1부 승격팀으로 3위의 자리까지 갔다가 3연패로 낙하하고 있는 팀을 과연 남기일 감독은 어떻게 추스르고 위기를 헤쳐나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