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처음으로 집 근처 독립서점에 갔다. 그간 서점에서 진행했던 독서 챌린지와 걷기 챌린지로 쌓인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혹시 '폐점한 건 아니겠지'라는 걱정이 살짝 든다. 요즘은 워낙 어려운 시기니까. 특히 이런 독립서점은 더더욱. 멀리서 다행히 실내의 전등 불빛을 확인한다. 문을 닫지 않고 그대로 있어준 서점과 책방지기님이 고맙다.
평소 책을 까다롭게 고른다. 미리보기로 30쪽 정도 읽어보고, 과연 계속 들고 다니며 읽을 만한 책인지 여러 번 고민한다. 하지만 이 독립서점에서는 다르다. 과감히 도전해본다. 느낌 가는 대로. 그렇게 책을 사는 특별한 맛이 있다.
책장을 찬찬히 둘러본다. 어떤 책을 고를까. 제목과 표지를 살핀다. 서점지기님이 따로 추천한 책이 놓여 있는 매대도 훑어본다. 어떤 책에는 서점지기님이 쓴 포스트잇 메모가 붙어 있다. 이런 책은 유심히 살펴본다. 이렇게 책방을 한 바퀴 두 바퀴 산책한다.
몇 달 전부터는 독립출판물을 한 권씩 같이 사고 있다. 독립출판 서적을 보면 샘이 난다. 어쨌든 저쨌든 자신의 이름으로 책이라는 물상을 만들어낸 이들이니까. '이런 책은 나도 만들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장강명 작가는 이런 질투가 있는 사람은 책을 써야 하는 부류라고 말하기도 했다. 맞다. 나도 쓰고 싶고 내고 싶다. 그런데 솔직히 좀 부끄럽기도 하다. 내가 쓴 글을 (어차피 많은 사람이 읽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오픈한다는 게 말이다.
이런 면에서 독립출판으로 책을 한 권 두 권 내는 이들의 용기가 부럽다. 책을 낸다는 건 어찌 됐건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책을 내고 싶으면서도 또 나를 드러내기는 부담되는 이 모순. 어떨 땐 깜냥은 되지 않으면서 책에 집착하는 내가 좀 한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에게 책 출간은 투명하고 두꺼운 유리 장벽이다. 인쇄된 책이라는 목표는 코앞에 보이지만 이 앞에 보이지 않는 단단한 장벽이 가로막고 서 있다. 언젠가는 나도 이 투명하고 두터운 장벽을 깨트릴 날이 올까.
이전부터 눈에 계속 들어왔던 요즘 베스트셀러 한 권, 그리고 독립출판물 한 권을 사서 나왔다. 사실 일반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낸다는 건 머나먼 우주의 일 같다. 그나마 몇 번 계속 시도하면 독립출판물로는 간신히 간신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한 권씩 사 온다.
책 출간도 한 번 내고 나면 분명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첫 책이 어렵다. 뭐든 그렇다. 공격수도 일단 리그 시작 후 마수걸이 골을 넣어야 몸에 긴장이 풀린다. 이후 골을 꾸준히 넣기 시작한다. 때로는 멀티골을 넣기도 한다. 몸이 유난히 가벼운 날에는 해트트릭도 한다. 시작은 마수걸이 골이다. 책도 그렇다는 걸 하도 많이 읽고 밑줄 쳐놓아서 안다. 나도 조금만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질투심과 시샘으로 책을 펼친다. 종이 위의 활자들. 표지. 저자 소개. 허영심이건 집착이건 어쨌든 내 이름도 언젠간 이렇게 박힐 날을 상상해본다. 나도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