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담당자분이 이력서를 훑어보며 물어봤다. 그동안 교회에서 차량 운행은 많이 해봤고 벤츠는 운전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가끔 차 맡기러 오시는 분들 중에 별난 분들이 있는데 교회랑은 많이 다를 거예요. 벤츠는 기어가 운전대 밑에 있으니까 몇 번 해보면 익숙해질 거예요."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곧바로 발레파킹에 투입되었다. 발레파킹이란 쉽게 말해 대리주차다. 대신해서 주차를 해준다는 뜻이다. 내가 일하게 된 곳은 벤츠 차량을 전문적으로 정비해 주는 서비스 센터였다.
업무 자체는 간단했다. 입구 쪽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벤츠 차량이 들어오면 안쪽 정지선까지 들어와 달라고 수신호로 안내한다. 차가 정지선까지 오면 주먹을 쥐어 멈춤 표시를 한 후 고객님(운전자)에게 예약 여부를 확인한다. 이곳에 오는 차량은 보통 예약차량, 방문차량(무예약차량), 사고차량, 간단정비차량, 이렇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확인 후 고객님이 내리면 방문 목적에 맞게 작은 카드 같은 걸 차 천정에 끼우고 각 분류별로 지정된 장소에 주차를 하면 된다.
즉 현대 블루핸즈나 기아 오토큐 같은 정비센터인데 규모가 좀 큰 정비센터여서 차를 분류해서 주차해놓아야 하고, 벤츠라는 고급 브랜드이다 보니 발레 파커를 고용해 대리주차 서비스를 받게 한 것이다.
솔직히 주차만 잘 해놓으면 되니까 크게 어려운 게 없겠지 하고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 그런데 벤츠가 워낙 고가의 외제차이다 보니 주차를 하더라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또 들어오는 차량을 대리로 주차하는 것 외에도 수리가 다 된 차량을 바깥 대기 장소로 옮겨 놓거나, 대기 장소에 있는 차량을 고객이 타고 갈 수 있도록 입구 쪽으로 다시 가지고 오는 등 추가로 차를 이동시켜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입구 쪽 대기 장소에 앉아 있는 건 정말 잠깐이었고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했다.
"발레파커님, C구역 4592 차량 입구로 옮겨주세요"
"발레파커님, 2593 차량 지하 1층에서 액티브 구역으로 옮겨주세요"
이미 다른 차를 주차 중인데도 무전으로 쉴 새 없이 차량 이동 요청이 울린다. 그래서 발레파커가 두 명이 있어서 한 사람이 주차 중일 때 대기하고 있는 다른 사람이 무전 요청에 대한 응답을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실상은 둘 다 이동 주차를 하고 있거나 주차 후 입구 대기실로 복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근무 중에는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느라 어느덧 입에서 단내가 났다.
나와 봐야 내가 있던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퇴사 전 근무하던 사무실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는 안 바쁠 땐 잠깐 티타임을 가질 수도 있고, 나가서 전화 통화도 잠시 하고 올 수 있었는데. 발레파킹 현장에서는 커피 한 잔은 물론 10분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았다. 역시 쉬운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