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줬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하루
후임자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통화를 해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얼떨결에 식사 약속을 잡게 되었고 오늘 만나게 되었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이미 나온 사람인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나.
그래도 같은 공간에 있었고 그곳의 어려움을 알고 있으니 다른 누구보다 나에게 털어놓는 게 훨씬 편했을 것이다. 사실 이미 나온 사람이기에 더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적응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은 했으나 혹독한 일들을 많이 겪고 있었다. 마음이 안쓰러웠다.
약 한 달 동안 인수인계를 해주며 사무실에 같이 있었을 뿐인데, 어차피 나는 갈 사람이니 불편한 말 할 것 없이 그저 내가 했던 일을 차근차근 알려주었을 뿐인데 아직도 내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어쨌든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로 기억된다는 것 의미 있는 일이니 나도 감사한 마음이다.
"제 얘기만 해서 죄송해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뭔가 좀 정리된 거 같아요."
그러면 된 거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서 작은 도움이 되었다면, 마음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었다면, 그러면 된 거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을 한다.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 하루가 의미 있는 하루라고.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도 기억에 남지만 진짜 오래가고 뿌듯함이 남는 기억은 남에게 뭔가 도움을 준 일들이라고.
작별할 때 조금은 밝아진 후임자의 얼굴을 보며 이것 하나만으로 의미 있는 하루였다고 스스로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