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첫날이다. '입사'가 아니고 '입소'였다. 건강검진과 5일간의 교육기간이 끝난 후에 입사가 결정된다고 했다.
오늘 입소한 사람은 나와 K씨, 두 명이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들은 후 지정된 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나왔다. 교육장소에서 병원까지 거리가 꽤 있었기 때문에 차를 타고 움직여야 했다.
"병원까지 가는데 차 2개로 움직이느니 제 차 타고 가실래요?"
K씨가 물었다. 하지만 검진 후에 잠깐 들를 곳이 있어서 내 차를 가져가야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병원에 도착해 다시 K씨를 만났다. 접수 후 받은 서류들에 이것저것 기입할 것들이 많았다. 또 어떤 서류는 사진을 찍어 교육팀에 보내야 하는데 그게 뭔지 생각하고 있던 차에 K씨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교육장소에서 자기 차를 타고 가자고 제안해준 것도 그렇고 서류 작성에도 도움을 받아 K씨에게 고마웠다.
오후에 다시 교육이 시작되었다. 회사 소개와 급여 부분, 교육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잠깐의 쉬는 시간, 화장실을 갔다가 자리에 앉으려는데 K씨가 교육담당자에게 말했다.
"저 아무래도 못 할 거 같습니다"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갑자기 왜?' K씨가 담당자와 더 얘기하는 걸 지켜보다가 문을 열고 나가는 K씨의 뒤를 따라갔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내가 물었다. K씨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실급여가 작아서 실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전에 사회복지사를 했는데 여기에서 만약에 일하게 되면 오고 가는 기름값이라든지 이것저것을 계산해보니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보다 몸도 힘들고 일의 강도에 비해 돈도 더 못 버는 것 같다는 생각에 첫 교육을 듣고 바로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충분히 이해가 갔다. 광고와는 다르게 실급여가 많이 낮았다.
유일한 입소 동기였는데 이렇게 헤어진다니 좀 아쉬웠다. 동시에 궁금증이 들었다. 사회복지사는 왜 그만두었는지가 말이다.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그가 답했다.
"제 위에 있던 사무국장 때문에요. 제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결국에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이게 버틴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사람이 문제였다.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도 사람 때문에 마음이 가루로 변해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경험해봤으니까. 아쉬움을 안고 서로 인사를 주고 받은 뒤 다시 교육 장소로 들어갔다. 걸어가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역시 사람이 문제구나. 사람 때문에 데이고 상처를 받는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