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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Aug 23. 2021

아이와 진하게 함께 있던 추억

덜 아쉬워하고 덜 그리워하기 위해


아이가 돌이 지나고, 아내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면서 우리 가족은 셋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아내는 집에서 50km 정도 떨어진 새로 발령받은 근무지로 가서 지내야 했고 나는 대학원을 계속 다녀야 했다. 어떻게든 둘 중 한 명이 아이를 맡아, 낮에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녁에 돌보려 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국 장인 장모님께 부탁을 드리고 아이를 맡기게 됐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아이를 봐주실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그러나 장인 장모님의 집은 경북 영덕. 집에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계셨기에 특별한 휴일이 아니고서는 아이를 보러 갈 수 없었다. 주말에는 또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 4개월간 이어진 이산가족생활은 아내의 근무지 근처에 집을 얻어 이사하게 됨에 따라 비로소 끝나게 되었다. 장인 장모님이 아이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와주신 날, 차 문을 열고 안에 있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을 때 반짝 웃던 아이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대학원 방학 기간이었고 아내는 출근을 해야 했기에 이제 낮 시간 동안 아이를 홀로 보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에는 아내가 주 양육자, 나는 보조 양육자(?)였지만 이제 내가 주 양육자가 된 셈이었다. 그렇게 17개월이 된 딸아이와 온종일 같이 있는 시간이 시작됐다.



처음 1~2주는 오랜만에 본 아이가 반갑고 그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점점 온종일 아이와 같이 붙어 있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아침에 아내가 출근하고 난 뒤 아이의 밥을 마저 먹인다. 이 시기 아이가 밥을 한 번 먹으면 밥풀이 사방으로 떨어져 있었다. 아이가 그릇에 있는 밥을 다 먹는 데만도 시간이 걸렸는데 그릇을 치우고 뒷정리를 하고 나면 금세 오는 점심시간. 아이 점심 준비하고 먹이고 치우고 잠깐 놀아주다 보면 또다시 저녁시간이다. 세끼 밥하고 치우다 보면 하루가 간다는 말은 참말이었다.



저녁 무렵마다 아내의 퇴근을 기다렸다. 17개월 된 아이와 같이 있으면 밥을 하건 집안일을 하건 간에 수시로 아이를 주시하고 있어야 했다. 먹어선 안 되는 걸 입으로 가져가지는 않는지, 위험한 뭔가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체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멀티태스킹을 계속하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빨랐던 것 같다. 누군가 한 사람이 같이 있어주지 않는 이상 잠깐 한숨 돌리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쉴 수 있는 때는 아이가 낮잠을 잘 때. 그런데 이때는 또 잠깐 눈을 붙이기가 왜 이리 아깝던지.



휴대폰 안에 있는 옛날 사진들을 보며 아이와 진하게 함께 있었던 이때의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애틋하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생각에 약간 서글프기도 하다. 분명 그때도 앞으로 이렇게 아이와 온종일 함께 있는 시간은 없을 거야 하면서 힘들어도 이 시간을 귀하게 여기자 생각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 아쉬움과 그리움이 남아있다.



이렇게 조그맣고 아기였던 아이가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된다니. 이제 몇 년 더 있으면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것보다 친구랑 놀러 다니는 게 더 좋다고 할 거다. 정말 몇 년 안 남았다. 물론 아이가 커 갈수록 아이와 놀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좀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래야 덜 아쉬워하고 덜 그리워할 테니.



 퍼즐상자를 쥐어준 결과...


밥알이 여기저기 떨어지기 시작하고..


아내의 당직 때는 씻고 재우는 것 까지
추워도 꼭 몇 분은 밖에 나가 산책했던 시간들


식사 중 쏟아지는 잠을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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