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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란 뭘까?

주니어의 시선에서 바라본 '진짜' 사수

by 열음

몇 달 전, 부서 이동을 했다.

새로 입사한 10년 차 이상의 경력을 가진 분과 같은 팀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이전에 겪었던 팀장들과 다른 행보를 보 그분의 특징을 글로 정리해본다.



1. 배움을 대하는 자세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면 (대부분) 자신의 안목이나 실력에 안주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분은 언제나 일의 연장선상이다.


"어제 퇴근하고 공부해봤는데~",

"주말에 A 산업군에 재직 중인 지인을 만나서 얘기해봤는데~"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퇴근을 하면 그대로 일이 중단되는 게 아니라 우리 프로덕트가 처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집요하게 몰입한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 그리고 알아가기 위한 노력까지. 심지어 내가 요즘 트렌드를 말씀드리면 메모하며, 경청하신다. '라떼' 같은 건 당연히 찾아볼 수 없다.





2. 틀림에 대한 가능성, 겸손과 존중

킥오프 미팅에서 업무 분장을 하는 과정에서, 나보고 자신이 어떤 생각에 갇히는 것 같으면 또는 그 방향성이 아닌 것 같으면 말해달라고 하셨다. 자신이 "한없이 빠지는 것 같으면 그곳에 매몰되지 않게 건져달라"는 그 한마디를 들었을 때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려는 태도가 와닿았다. 의식적으로라도 피드백을 반영하여 균형 잡힌 접근을 하시려는듯했다.



그리고 "여러분이 저보다 '전문가'니까 많이 알려주세요."라며 기존에 업무를 하던 직원들을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셨다. 물리적인 경력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팀원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려고 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3.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마인드셋

- 기획자라서 모른다(x), 몰라도 된다(x)

- 기획자지만 ~식으로 알고 있다(o)


타 부서와 협업할 일이 많은 만큼 요구사항을 전달할 때 커뮤니케이션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의 마인드셋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니까 몰라도 된다는 방관보다는 더 나아가 유관 부서에서 겪는 문제나 요청 시 전달해야 하는 정보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배움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누군가에게 질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이거 어떻게 해요?라는 막연한 질문보다는 제가 몰라서 찾아보니 이렇다는데 제 생각이랑 조금 달라서요 하는 식으로 검색+(약간의) 생각이 가미된 질문을 던지는 자에게 더 풍성한 답변을 해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해당 부서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뭐고 내가 그 내용을 알기 위해 일말의 노력이라도 한다면 그들도 눈치채고 더 많은 인사이트를 주려고 할 것이다.






어느 책에서 말했다. 리더의 제1능력은 '동기부여력'이라고.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같이 잘해보자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도입해보자는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저 자신의 성과 채우기에 급급하고 얼마나 진행했는지 '보고' 받기를 원하는 여느 팀장들에게는 볼 수 없었던 그만의 내공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새롭게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싶어졌다. 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타올랐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이다. 이 분이 나에게 대했던 태도를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사수-부사수로 불릴만한 연차가 된다면 배운 대로 복습할 것이다.



배움에 대한 열망은 뜨겁게, 겸손하게, 그리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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