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하지 못했을까? 기분 나쁘다고.
상담사가 세영에게 내준 첫 번째 과제는 전문 상담사와의 한 시간 상담이었다.
보통은 고용센터에서 집단 상담이 이루어지는데, 요즘은 컴퓨터로 화상 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집단 상담이 부담스러웠던 세영은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고용센터에서 지정해 준 시간에 맞춰 컴퓨터 화면을 켰다.
상담사는 대략 5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상담이 진행될수록 세영은 상담사의 무례함을 느꼈다.
표현하는 언어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
상담사는 세영의 고민을 끝까지 듣지도 않았고 자신의 이야기만 했다.
그중 세영을 가장 화나게 한 것은 아들과의 분리수면 문제였다.
"아직도 아들이랑 같이 주무신다고요?"
"그럼 아들이 어디 가서 놀림받아요."
"네? 왜요?"
"그 나이까지 아빠, 엄마랑 같이 자는 아이는 없어요."
무턱대고 아들이 놀림받을 거라니, 좋은 표현도 많을 텐데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도 분리 수면이 필요한 것은 아는데 집에 방이 두 개예요.
그런데 방 하나는 잠을 자기에 좁아서 같이 자고 있어요."
이 사람이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 대화가 이어질수록 기분이 나빴다.
안 그래도 요즘 고민이 많았던 세영은 상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라도 잡고 싶었다.
그런 세영에게 오늘의 상담은 고민만 두 배로 증가시켰다.
그렇게 상담을 마친 세영의 입가에는 내내 이 말이 맴돌았다.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기분이 나빠요."
그 순간 왜 자신의 기분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을까?
세영은 후회와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세영이 할 수 있는 소심한 표현은 단 하나,
상담 후 핸드폰으로 진행된 상담 만족도 조사에 낮은 별점을 주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