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경력단절의 시작.
경력단절의 시작에는 이유가 있었다. 임신 초기 위험한 상황이 생겼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의사는 세영에게 집에서 누워만 있으라고 했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말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영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심지어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곳에도 가지 못했다.
그 시간이 길어지자 가까웠던 사람들과도 거리가 생기는 듯했다.
안 그래도 결혼 후 물리적인 거리도 생겼는데 이제는 심리적인 거리까지 생긴 느낌이다.
붙잡고 싶은 그때, 세영에게는 제 몸 하나 제대로 붙잡을 힘이 없었다.
출산 후엔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갔다.
결혼 후 타지에 자리 잡은 세영의 곁에는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육아는 오롯이 세영의 몫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니 어느새 5년이 흘렀다.
분유를 먹고 기저귀를 차고,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아이가 훌쩍 성장했다.
남편도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눈치다.
그런데 나는? 나는 뭐가 달라졌지?
세영의 생각이 거기서 멈췄다.